‘벗에게 보내는 편지’

삶이라는 배움의 학교


이런 암울한 시간에도, 사랑하는 벗이여, 나를 허락해 다오. 기분이 상쾌하든 우울하든, 난 삶을 결코 탓하고 싶지 않다네. 햇빛과 악천후는 둘 다 하늘의 얼굴, 달콤하든 씁쓸하든 운명은 내게 훌륭한 영양이 되리니.
- 헤르만 헤세 -

살다 보면, 좋은 날만 있지는 않죠. 무덤덤한 날들이 이어지다가 가끔은 두려움과 함께 불행이 닥쳐옵니다. 불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신경 쓰이거나 골치 아픈 사고 같은 일들이 터지기 시작할 때가 있죠.

한번은 세 달 가까이, 마치 터진 둑 하나를 막으면 멀쩡하던 다른 둑이 터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사고와 안 좋은 일들이 연달아 터진 적이 있습니다. 때마침 금강경을 새로 읽기 시작하던 때라서 ‘금강경 읽으면 번뇌가 떼로 달려들 수 있다더니, 그게 이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 이후로, 아직 금강경에 다시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무서워서요. 좀 여유 있어지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생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 윗집 보일러가 터져서 지붕이 물바다가 되고, 애가 갑자기 아파서 입원을 하고, 하던 일이 꼬이고… 너무 개인적인 일들이라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지만, 후에 식구들에게 이야기하니 ’어떻게 그걸 다 견뎌냈냐‘고 물어보더군요.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주어진 과제들을 풀어나가면서, 하던 일 계속하고, 별거 아닌 일에도 시답지 않게 웃으며 사는 것.

두려움은 그저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라는 것을 되뇌며,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막아가다 보면, 어느새 둑은 다시 새것처럼 단단하게 저희 작은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고 있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리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있어서 신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 고난의 여정 속에서 참 도움이 되는 말 같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길이고, 삶이라는 것이, 결국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삶에서 고난이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축복이죠. 다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울 경우가 가끔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일이 잘 풀리는 시기나, 일이 꼬여서 답이 안 보이는 시기나, 결국은 모두 지나갈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딱히 없습니다. 모든 지난 일들은 추억이라는 상자 안에서 함께 잘 지내고 있죠.

그야말로, 다만 그랬었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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