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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떻게 부모를 닮아가는가?

이미 망가져버린 자식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옛말에 ‘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죠. 맞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정말 본 대로 하더군요.


물론 아이들 마다 기질이라는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아이는 애기 때부터 조용조용,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하고, 어떤 아이는 정신없이 돌아다니죠. 그리고 그 기질은 정말 바뀌기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질이 그렇다고 해도 그 아이의 태도는 교육을 통해서 분명히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나 어떤 일에 반응하는 태도는 교육을 통해서, 특히 가정교육을 통해서 분명하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태도’죠. 양육자의 말이나 지원, 사랑의 양이 아니라 ‘태도’가 중요합니다.


‘업보’라는 말을 다들 아시죠? 부모의 업보가 자식까지 이어지는 것을 두고 ‘대를 잇는 업보’라고도 하더군요. 끔찍한 말이지만, 종종 있는 일입니다. 엄마에게 학대받았던 딸이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자신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학대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봅니다.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자랐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구타하고. 알코올중독자인 아빠를 혐오하던 딸은 어느새 알코올중독자인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사람은 보는 대로 배우기 마련이니까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렇습니다. 멀쩡하던 사람도 이상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몇 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비슷한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은 주변인을 통해 학습하고 그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이 가득 담긴 행위라고 하더라도, 고성을 지르거나 어떤 식으로든 폭력적인 언행을 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이러한 점까지 학습하고 따라 합니다. 끔찍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고행에 가까운 일입니다. 최소한 처음 몇 년간은 그렇죠. ’이 아이에게 만은 내가 가졌던 끔찍한 어린 시절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는 마음을 가진 부모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자신의 아이에게 업보를 물려주지 않고 자신의 대에서 업장을 끊어버리기 위해서, 우리는 매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개선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자기 자신을 개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간절한 소망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살아갑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간신히, 가까스로 해내고 있는 많은 어르들에게 육아는 그렇게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 되기 십상이고. 그렇게 세월은 또 흘러가고, 그렇게 부모의 업은 아이에게로 전해져 내려갑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열 살이든 열다섯 살이든 스무 살이든, 서른 살이든, 부모가 스스로 깨우치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바꾼다면 어떨까요? 이제 다 컸으니 소용이 없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른 살 아니라 마흔 살의 자식을 둔 부모이고, 자식과의 관계가 원수지간 같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완전히 깨우치고 적극적으로 삶의 태도를 개선해 나간다면, 그 자식과의 관계도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식을 대하는 태도만 바뀌어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삶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야만 자식과의 관계도 개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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