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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

봄의 숲이 가져다주는 선물들

봄인가 싶었는데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한 날이었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6도 내외로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한겨울 날씨 못지않았죠. 하지만, 날씨가 추워도 봄은 봄이었습니다. 사방에 새로 피어난 진달래가 연분홍색으로 반짝거렸고 햇살은 따듯하더군요. 아이들에게 어디서 놀까를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큰 계곡’이라고 외쳤답니다.


아이들이 가자면 가야죠.


가장 빠른 길로 큰 계곡을 향하던 중에 만난 바싹 말라붙은 작은 계곡을 보며 그간의 가뭄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른 계곡 군데군데에 물구덩이들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죠.


그, 작은 흔적 같던 물구덩이 안에는 도롱뇽의 알주머니 들도 들어있었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말라서 죽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발견한 아이들의 첫 번째 반응은

“이 도롱뇽알들 옮겨줘요!”

“그래요!”

“그래 옮겨주자, 계곡 위쪽은 물이 좀 깊으니까, 거기에 풀어주면 좋겠다.”


그렇게 도롱뇽알주머니 구출작전이 시작되었고, 애초의 목적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서 숲의 가운데에 있는 계곡을 따라서 걸어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다 보니, 중간중간에 큰 물웅덩이들이 꽤나 남아있더군요. 그간의 가뭄이 무색할 정도로 시원한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물이 맑고 많은 것을 본 아이들은 ‘여기서 놀아도 되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여기저기 계곡물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여기서 놀아요”

”맞아요 선생님 그냥 여기서 놀래요 “

”그래 놀자. 짐은 우선 바위 위에 올려놓고 좀 놀아보자. “


그렇게 오늘은 길에서 좀 떨어져 있는 숨겨진 계곡물줄기와 함께 놀았습니다. 하늘을 보니 높이 솟은 도토리나뭇가지들이 휘청휘청, 바람이 꽤나 세게 불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곳은 바람 한점 느껴지지 않더군요. 햇살도 강하게 내리쬐는 양지여서 잠바를 벗고 놀아도 좋을 만큼 따듯했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바가지와 삽을 꺼내서 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놀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유담, 지수, 경민이는 물가의 흙을 파서 자신들만의 ‘상상 속 세상’을 만들며 놀았고, 숙희와 경아는 도롱뇽알, 개구리알들을 끌어모으는 데에 집중했죠. 그렇게 두 팀으로 나뉘어서 한 팀은 짐을 풀어놓은 자리에서 두 시간 내내 놀았고, 경아와 숙희는 계곡의 위아래를 샅샅이 흩어가며 놀았는데, 그러다 운 좋게도 방금 산란을 하고 물속 낙엽을 끌어모은 채 휴식 중이던 산개구리 암컷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3-30 110240.jpg

완전히 지쳐서 다리까지 풀려버린 녀석이었지만, 아이들의 성화에 잠시 잡아 함께 구경하고 풀어주었답니다. 가끔씩 고개만 까딱거리고 손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 외에는 꼼짝도 못 하고 기절한 것처럼 쉬던 녀석에게는 미안했지만, 최대한 거슬리지 않게 배려해 주면서 관찰했죠.


그렇게 한참을 놀고 중간중간 함께 간식시간도 가지며 놀다가, 잡았던 개구리와 알들을 원래 있던 곳에 다시 풀어주고, 주변을 정리한 후 부모님들이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공원에 다다라서는 “우리 오늘은 어떻게 엄마아빠 몰래 갈까?”하고 이야기 나누다가 ’ 팀을 쪼개서 여러 방향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엄마아빠를 놀라게 해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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