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봄의 계곡에서 아이들과 놀기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탁 트인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은 티셔츠 차림으로 한여름처럼 뛰어다녔죠.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팀을 꾸리고 우선 출발부터 했습니다.


따듯해진 날씨 탓인지, 뛰어놀던 기분 탓인지 처음엔 오락가락 정신이 없어 보였지만, 준비운동을 마치고 나니 한결 진정된 것 같더군요.

“너희들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가봐라”라고 했더니

우선 공원 옆의 넓은 계곡으로 뛰어가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무엇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넓은 계곡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수를 끌어다가 펌프로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붓는 곳이라 개구리나 도롱뇽들이 붙어살 수 없는 곳이죠. 뭐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조금 실망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왜 아무것도 없는지를 설명해 주고, 전에 놀던 계곡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더니 제법 가파른 경사면을 스르륵 타고 올라서 바로 옆에 있는 자연계곡으로 향했습니다.


후다닥 도착해서 물속을 살펴보니, 사방에 개구리와 도롱뇽의 알들이 퍼져있더군요. 알주머니들을 보자마자 숨겨져 있는 장난감 들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쑥쑥 물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한주먹씩 개구리알을 끄집어내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한평 남짓한 물웅덩이 속에 한양동이 가득하게 들어갈 만큼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이 있더군요. 찾아도 찾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알주머니 들을 금덩어리라도 되는 듯 정신없이 끌어모았습니다. 어느 정도 웅덩이 안의 알들을 끌어낸 후에는, 계곡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다른 물웅덩이 속에 들어있던 알집들을 잡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커다란 바가지 두 개를 가득 채울 만큼 개구리와 도롱뇽알들을 집어오고, 한쪽으로는 알들을 집어넣을 물웅덩이를 파고 뚝을 쌓으며 신나게 놀다 보니 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 잠시 간식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마침 계곡 바로 옆에 평평한 땅이 있어서 돗자리 깔고 쉬기에는 제격이었죠.

물에 젖은 신발과 양말을 햇볕이 잘 드는 한편에 널어놓고 가져온 간식으로 장날이라도 되는 듯 주거니 받거니 물물교환식으로 나눠먹으며 깔깔대고 한참을 앉아서 놀았는데, 웬일인지 수호는 배가 안 고프다며 한쪽에서 가져온 피리를 불겠다고 하더군요. 교사가 피리를 꺼내서 불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가져온 피리가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호는 교사와 함께 피리를 불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놀고 있거나 간식시간을 가질 때마다 가방의 피리를 꺼내서 되는대로 즉흥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이 연주하는 노래는 어떤 노래예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기분 따라서 연주하는 거야”

“그럼 다른 노래도 연주할 줄 아는 게 있으세요?”

“자 이거 한번 들어봐라”

그렇게, 평소에 즐겨 연주하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테마 중 한곡을 들려주었더니

“선생님 그거 그냥 귀로 듣고 연주하신 거예요?”

“응, 그렇지. 난 그냥 듣고 연주하는 편이야”

그렇게 이십 분 정도 아이와 함께 또는 번갈아가며 아이는 소프라노를 교사는 소프라니노를 불었습니다.


오늘은, 주하도 도롱뇽알들을 모으느라 정신이 팔려서 간식은 아예 안 먹겠다고 하더군요. 백 미터쯤 되는 길이의 계곡 전체를 위아래로 흩어가며 도롱뇽알과 개구리알을 싹 다 긁어모을 생각으로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주하야, 알들은 나중에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놔야 한다”

“네~ 알아요 선생님”


그렇게 점심시간을 가지고 나서 계곡 위쪽으로 올라가 도롱뇽이나 개구리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찾지는 못했습니다. 돌아갈 시간도 거의 다 되어서, 잡았던 알들도 다시 풀어줘야 했죠. 잡을 때부터 ‘다 놀고 나서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 줘야 한다’고 말해놓았기 때문에, 다들 군말 없이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 주며, 알들과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가만히 잘 있던 알들을 끄집어내고 가지고 놀았던 것은 잊었는지, 선심 쓰듯

“자~ 풀어줄 테니 잘 살아야 한다~”

라며 나름 뿌듯해하는 것 같더군요.


아이들 중, 개구리알을 집에 가져가서 키워보고 싶다는 아이들에게는 ‘딱 한 알’씩만 가져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져온 물통에 연못물을 담아서 조심조심 개구리알을 하나씩 뜯어 물통에 고이 넣어 집으로 가져가라고 했죠. 부디 집에서 정성껏 잘 키우고 잘 자라서 숲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통에 개구리알을 넣고, 주변을 정리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넓은 계곡의 펌프가 작동을 시작해서 물이 콸콸 쏟아져내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게 뭐예요? “ 하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려 계곡에 쏟아내는 거야”라고 알려주고, 시원한 계곡물을 첨벙첨벙 건넌 후에 엄마 아빠가 기다리시는 공원으로 돌아갔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갑자기 추워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