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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내리던 날

올챙이도 많던 날


날씨가 오락가락하던 날이었습니다. 기온은 20도 내외로 비교적 따듯했고 시작할 때만 해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었는데, 한 시간 만에 예보가 바뀌더니 다섯시에 내린다던 소나기가 한시에 쏟아지도 했던 날이었죠.


한 달 만에 숲에 돌아온 아이들을 기다리는 봄의 계곡 속에는 올챙이와 도롱뇽알주머니가 그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공원 근처의 작은 계곡줄기부터 숲속의 계곡, 도깨비숲 근처의 넓은 계곡까지 두루두루 살피며 개구리가 어디에 숨었나, 올챙이가 어디에 있나 살펴보았죠.


사월 중순쯤 되면 장소에 따라, 볕이 잘 드는 물웅덩이에는 올챙이들이 꼬물거리기 시작하고, 그늘 아래에 있는 것들은 아직 알로 남아있습니다. 햇볕은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의 성장에도 영향을 주는가 봅니다.


SE-22aa7c2d-f403-4e2d-8827-f23f834ae357.jpg?type=w1 올챙이, 개구리알, 도롱뇽알주머니

올챙이를 잡아보자고 여기저기 물웅덩이들을 뒤져보았는데, 도롱뇽알주머니는 아직 대부분 부화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올챙이들은 벌써 돌아다니고 시작 했더군요. 특히 도깨비숲 근처의 넓은 계곡,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올챙이들이 바글바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습니다.


새까맣게 바글거리는 올챙이들을 손으로 잡고, 바가지로 건져내며 가져간 통들에 잡아넣고 휘저으며, 그렇게 한참을 놀고 있는데 하늘에서 "꾸르릉 꾸르릉" 우뢰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람도 불기 시작하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죠.


마침 내려갈 때가 다 되어서 공원 쪽으로 이동하며, 버들치들이 있는 다리 근처에서 잠깐 놀아다 가려고 폼을 잡고 있는데, 공원 쪽에서부터 비 쏟아지는 소리가 "쏘ㅏ~ " 하고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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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쪽은 비가 안 내렸지만, 언제든 빗방울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대책 없이 공원 쪽으로 가다가는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홀딱 젖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한 대로 근처 공중화장실로 달려가서 처마 밑에 숨으며, 아직 오지도 않은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답니다.

"선생님, 비도 안 오는데 왜 여기 있어요?"

"저기 쏴~ 하는 소리 들리지?"

"네"

"비 금방 온다. 기다려봐"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소나기는 왜 내리고, 소나기의 전조는 어떤 것이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떻게 지나가는지 등을 설명해 주는 도중에 하나둘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일분도 지나지 않아서 쏴~ 하고 드센 소나기가 내려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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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던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돌더군요. 우산도 없고, 갈 길은 멀고...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금방 지나간다. 이런 소나기는 금방 지나가지. 이런 소나기는 잠시만 피해도 금세 잦아들기 때문에 지나갈 때까지 피하는 게 더 낫단다"

그렇게 오분쯤 처마 밑에서 비 구경을 하고 있다 보니, 금세 비가 잦아들기 시작하더군요. 그 정도면 몇 분 정도 맞으면서 걸어도 크게 젖지 않을 만한 양이었죠.


"자, 지금부터 선생님이 앞장설 테니까, 최대한 빨리 엄마들한테 가자!"

"네~"

그렇게 화장실 처마에서 먼지털이기계의 지붕으로, 먼지털이 기계에서 공원에 있는 지붕 아래로 뛰다시피 빠르게 움직여서 엄마들에게 돌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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