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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간 뭐라도 꾸준히 해보기

그것도 하기 싫은 일만 골라서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는 말, ‘하고 싶다’와 ‘하기 싫다’. 한자로는 호불호, 영어로는 like & don’t like.


어느 언어에나 있을 만큼 자주 쓰는 말이죠. 그런 만큼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아~ 정말 일어나기 싫다’와

‘와우~ 아침이군. 자, 이것저것 저것 해치우고 멋지게 하루를 시작하자’

여러분은 주로 어느 쪽이신가요?


혹시 매일, 다음날 아침을 계획하고 주무시기는 하시나요?


일어나서 유튜브를 볼 수도 있고, 메일을 확인할 수도 있고, 청소를 한다던지, 아님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해야 할 일을 하거나...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계획적으로 시작하느냐 아니냐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저도 대부분 별 생각이나 계획 없이, 최대한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살아왔었죠. 그러다, 얼마 전부터 아침을 계획하고 계획에 따라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이 생겼고, 최대한 생업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필요한 만큼의 시간계획을 짜서 그대로 수행해야 아침의 루틴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아침루틴을 소개해드리자면


1. 5시 20분 정도에 기상. 깨어난 후 목과 허리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 몇 분 안에 침대에서 나온다.


2. 거실의 미등을 켜고 소파에 앉아서 잠시 목을 스트레칭하며 몇 분간 쉰다. 만약 밤새 잔 시간이 6시간 이하이고 아침 일찍 일정이 없다면 30분 정도 소파 위에서 더 잔다.


3. 이를 닦고 절을 10분간 한다.


4. 스트레칭을 15분 정도 한다.


5. 아침 운동 4~5 세트를 한다(푸시업, 복근운동, 푸시업, 플랭크, 풀업, 친업, 종아리운동, 스쾃= 1세트) 횟수는 고통스러울 때까지 하는 것으로 최소량을 정해놓고 한다.


6. 주변 산책로에서 30분 정도 천천히 달린다. (약 3km)


7. 샤워&면도하고 옷 입는 것을 7시 30분 ~ 8시까지 완료


대략 이렇습니다.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아침루틴이고, 지난 15개월 동안의 수정을 통해 나름 효율적으로 개선해 왔으며, 아직도 매달 말에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지속하기보다 삶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니까, 나름의 최적화를 하고 있는 것이죠.


아침루틴 때문에 낮시간 내내 너무 피곤하거나 삶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주저 없이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새벽 5시경에 일어나서 두 시간 가까이 운동한다는 것이 꽤나 빡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푸시업 2번 스쾃 열 번을 3세트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하루 중 언제나~ 지금은 하루 10세트로 바뀌었습니다. 거기에 다른 루틴들도 줄줄이 붙어서 저녁시간도 쪼개어 쓰고 있죠.


기상시간도 처음엔 7시 30분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제 기상습관을 고려한다면 7시 30분에 일어나는 것도 대단한 것이었지만요.


하지만, 7시 30분에 일어나던 시기, 제 진짜 목표는 ‘일 년간 단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 ‘였습니다. 운동량이나 강도, 기상시간보다는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한다'가 진정한 목표였죠.


운동의 목표도 딱히 몸짱이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애초에 '살을 빼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맞지만, 숲교사이자 기공체조, 명상 등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몸매가 좀, 너무 퉁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고, 제가 무슨 헬스트레이너나 에어로빅강사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살을 좀 빼고 더 건강한 몸을 만들어보자'가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다 보니, 욕심도 생기고, 힘도 남아돌기 시작해서 조금씩 운동의 종류 외 강도를 늘려가다 보니 현재의 루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도, 처음에는 백 미터도 달리기 벅찼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3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달리죠. 나름 제게는 장족의 발전이랍니다.


저의 하루는 그렇게 기분 좋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해서나 운동을 해서가 아니라, 하기로 했던 일들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그게 진짜 목적이죠. 하기 힘들지만 계획대로 해냈다.


사람은,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여겨질 때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전날 몇 시에 잤던, 몸이 아프든 말든, 스스로에게 변명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설령 망설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잘 설득해서 절을 시작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근력운동을 하고, 달리기까지 꾸역꾸역 해내고 나서 드는 생각은


'그래도, 하길 잘했다'


입니다. 기분 좋은 시작이죠. 몸이 아프건, 피곤하건 말건, 해내고 나면,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는 뚝심과 근성이 장착된 기분이 듭니다. 파워 업이죠.

봄이 오는 공원

굳이 운동이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도 굳이 엄청 어려운 일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매일 아주 조금씩, 예를 들어 오 분 정도의 산책이나 책 읽기 등, 도저히 핑계대기 힘들 정도로 간단한 일을 매일 반드시 한다고 스스로 정하고 해 보세요.


하지만, 기간은 일주일이나 한 달이 아니라, 정확히 일 년!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도 일 년을 쉬지 않고 한다는 것은 숨을 막히게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십 층 건물 옥상 사이에 있는 폭 오십 센티미터 길이 삼 미터 정도의 길을 걷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어렵진 않지만 두렵죠. 살면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반드시 일 년을 하겠다는 것은 그 정도의 각오는 필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저의 경우, 밤마다 아내와 함께한 이십 분 백팔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22년 1월 1일 새해 첫날 시작된 루틴이었는데, 지속력 대마왕이신 아내님과 함께 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네요. 백팔배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얼마 전부터는 열 살 아드님도 합류했습니다. 이틀에 천 원 용돈이라는 미끼를 던졌죠.


그렇게 처음 백팔배와의 한 해가 지나가고, 2023년부터 갑자기 살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여름부터 가을까지 4kg 정도 감량하고, 2024년부터는 또 갑자기 운동이 하고 싶어 져서 24년 1월부터 오늘 아침까지,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백팔배를 권한 이유도 이런 시너지효과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목표는 앞으로 30년


30년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30년 뒤면 저는 80세가 되죠. 정확히는 82세입니다. 아들은 40세가 될 테고요. 물론 운이 좋은 경우에 그렇겠죠.


그렇게 30년이 지나고 나서, 제가 얼마나 변했는지, 어떤 일들을 해냈는지 돌아보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먼 길이지만, 길이 먼 것은 먼 것이고,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매일 아침 피곤하고, 졸리고, 하기 싫은 이유를 대는 대뇌의 헛소리와 싸워가며 한 땀 한 땀 루틴을 채워나가는 것이 루틴을 이어가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사람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의지력이 커진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대뇌의 '전측중심부 대상회피질 Anterior Mid-cingulate Cortex'이 의지를 담당하는 부위인데,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이 부위가 커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지속하면 근육처럼 점점 더 커지고, 커진 상태가 유지된다고 하죠.


한마디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의지력의 근육운동'입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의지력'입니다. 평생을 ADHD를 달고 살고, 조증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제 모습을 변화하고 싶은 것이죠.


저의 그런 감정적인 모습들을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는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도 그렇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댈 언덕이지 약해빠진 제가 아니었거든요.


만약, 본인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하기 귀찮고 싫어하는 일을 일 년간 해보세요. 매일 저녁 8시 무렵에 하는 설거지도 좋고, 청소도 좋고, 스트레칭, 푸시업 그게 뭐가 되었든 간에. '일 년'이라는 기간을 정하고 한번 시작해 보세요.


'절대로,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가 전제조건입니다.


그렇게,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마 전혀 다른 모습의 '나'를 발견하실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제 방문 풀업바 앞에 보이는 A4 이면지에 써놓은 문장을 소개하자면,


"In Year 2026. You are a Next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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