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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Jun 24. 2017

당신의 '개념'을 확장시켜라!

10명의 젊은이와 나눌 대화를 위한 준비 

'김덕영의 인문학 여행' (52) 


다음 주 나는 '가지 않은 길로 가자'라는 제목으로 10명의 젊은이들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50대인 내가 20대인 그들과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가능하다면 그 시간을 통해 그들과 내가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뭔가 하나라도 같이 배우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다음 주에 있을 토론과 강연을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 무엇이 정말 핵심일까? 앞으로 며칠 동안 그들과 나누게 될 이야기들을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는 차원에서 글을 몇 편 쓸 생각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 평소 신념처럼 믿고 있던 내 생각이다. 바로 '개념'에 관한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 즐길 것을 찾은 사람은 그 일에 몰두하게 되고, 결국은 성공하게 된다. 따라서 '개념'을 확장시키는 것에 일찍 나선 사람일수록 '성공'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시스템과 기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나 시험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시험 문제지의 패턴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시험 문제가 바뀌었으니 답을 쓰는 방식도 자연히 바뀌어야 한다. 세상의 흐름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 변화된 시대에 맞게 답을 찾아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제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지식, 즉 '개념'의 확장이다.


일단 '개념'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하고 시작하자. 개념이란 영어로 concept다. 유사한 단어들을 나열해 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지식' knowledge, 그 다음으로 '이해' understanding, '정보' infomation, '관념' idea, '생각' thinking, '인식' cognition, '판단' judgement, 기타 등등... 그렇다면 이들 단어들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개념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등장한다. 


설명을 위해 나는 '개념'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 봤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누군가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그는 그 아이디어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동의와 협조를 구하려고 한다. 만약 개념이 없다면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데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개념이란 추상화를 거친 압축된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란 관념은 파편화된 생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고도의 추상적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 자체가 개념화의 과정을 겪는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단어가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관계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다. 


'개념'이 없다면 일어나는 변화는 또 있다. 지식과 이해가 확장을 멈춘다. 개념을 만들어내는 개념화의 과정이란 곧 탐구의 과정이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욕망이 각자의 이성적인 틀 속에 잡다하게 포착된 자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당신이 지금 온통 뒤죽박죽 온갖 사물들로 정리되지 않은 서랍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개미처럼 부지런히 자료는 모아 왔다. 하지만 단지 모아 왔을 뿐이다. 모은 자료들을 범주 별로 분류하고 체계화시키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필요한 자료들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개념'은 정리된 서랍이다. 서랍이 정리되어야 지식과 이해가 확장을 시작한다. 발전이 가능해진다. 


'개념'은 생각이나 관념의 출발이고 목적이다.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출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지향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개념'은 우리의 생각과 관념이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통로가 된다. 흐르는 강물이다. 강물 위에 '개념'이란 배를 띄운 뱃사공과 땅 위에 올려진 배를 움직여야 하는 뱃사공을 생각하면 그림이 그려진다. 그 흐르는 강물 위에서 물살을 즐기며 배를 저어나가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험의 문제지가 바뀌고 있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늘 끊임없는 시험의 반복 속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시험의 결과 여부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바뀐다. 젊을 때일수록 더 많은 시험 앞에 놓이고 시험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변화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에 들어가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시기는 결국 시험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시가다. 시험에 매몰되지도 말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시험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 강조하지만, '시험'의 문제가 바뀌었다. 공부의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 이 말은 우리가 시험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 중의 하나다. 이 말 속에는 한눈 팔지 말고 부지런하게 앞을 보고 달려간다면 언젠가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시험의 패턴이 바뀐 현실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금은 구시대적인 낡은 방식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교과서를 외우고 문제집을 빠짐없이 푼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단순히 노력만해서는 자신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학입학은 물론이고 신입사원을 뽑은 기업 입사시험에 이르기까지 시험의 패턴이 변화했다. 이제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들은 응시자가 얼마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가를 평가하려고 하지 않는다. 변화된 현실에 신속하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 기업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많은 지식을 머리 속에 갖고 있는 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바로 문제해결 능력이다. 자신만의 방식을 창조적으로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어떤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부터 고시, 입사, 자격증에 이르기까지 시험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지금까지 공부의 왕도는 없었다. 오직 눈 딱감고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교과서와 문제집을 외우고 풀고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변화된 시험의 패턴들이 입시생들의 운명을 바꿔놓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는 그 어렵다고 하는 사법고시를 1,2년만에 턱하니 합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입사원서를 들고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자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면접관 앞에서 주눅 든 표정으로 뻔한 답변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자신만의 생각을 조리있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동안 수많은 교육전문가들은 인간의 지능이 사람마다 지닌 학습능력, 인지능력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믿어왔다. 머리가 좋다고 하는 사람은 그만큼 선천적으로 학습능력이 좋고 결국 암기능력이나 인지능력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가리켜 왔다. 하지만 이런 분석들도 구식이 되어가고 있다. 두뇌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적인 측면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옛날 방식에서나 통했을 법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의 양으로 한 사람의 지식이나 인지능력을 판단하기에는 허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필요성조차 의문시 된다. 워낙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다보니 이제 지식과 정보의 양적 측정은 별 의미도 없다. 정보 처리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장소와 시간도 구애를 받지 않는다. 국경까지 손쉽게 뛰어넘는다. 인간의 두뇌가 정보를 담당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질이다. 정보를 스스로 처리하는 주관적인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독창적이고 현실적이다. 바로 여기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자기 스스로 정보를 정리하고 체계화시켜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힘, 이런 논리적인 판단력과 자기 표현능력의 배경에는 바로 '개념'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었다.


우리가 보통 ‘개념화’시켰다고 표현하는 것의 의미는 백과사전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정리했다는 뜻이 아니다. ‘개념화’에 반드시 함께 따라 붙는 것은 바로 ‘주관’이다. 개인의 시각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를 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자가 정확한 자기 논리를 구사할 줄 알고, 풍부한 '개념'에 대한 학습에 익숙해져 있는 자만이 다양한 문제해결 능력도 갖추고 있다. 지금 대부분의 시험들은 바로 이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변화된 시험의 세계에서는 변화된 문제해결 능력이 요구된다. 이런 시대에서는 제 아무리 밤을 새워가며 교과서를 외우고 학습지를 푼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가 '개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분야에 속해 있든 ‘개념’있는 사람이 성공 확률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개념'의 변화로 운명이 바뀐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글: 김덕영 


작가는 서촌 통의동에 있는 작업실 겸 까페, 와인 바(김PD의 통의동 스토리)에서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하면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은 음악회와 강연회,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인문학 아카데미까지 일상의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2013년 작품
중국어판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대만 북마스터스 출판사 발행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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