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를 소홀히 대하지 마라

혹시 그들이 천사일지 모르니...

by 김덕영

며칠 동안 통의동 스토리를 잊지 않고

찾아왔던 독일의 아티스트들...

토마스와 노라는 어느새 친구가 됐다.


‘이따 갈게!’라고 말하면

그들은 반드시 온다.

‘예약합니다’라고 말하고

노쇼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라스들.


신용의 출발은 결국 일상의 작은 한마디

말이다.


“김PD! 아이슬란드 가서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다큐멘터리의 작품들

꼭 마무리짓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독일 가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그리고 그렇게...

허그와 비쥬를 나누고 그들은 떠났다.

며칠 안 봤는데 사실 좀 서운하기도

하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한 말을 지킬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들과 다시 유럽의 짙은 잿빛

하늘 아래 만날 수 있기를...


‘나그네를 소홀히 대하지 마라.

혹시 그들이 천사일지 모르니...’


파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중고서점,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에는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글귀가 하나 벽면에

새겨져 있다.


그 글귀 덕분에 살면서 난 늘 나그네의

바짓가랑이를 살핀다.

혹시나 그가 허공으로 붕 하고

떠오르지는 않을까해서...


그것은 어쩌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중고서점을 파리의 잿빛 하늘 아래 만들었던

실비아 비치라는 지독히도 책을 좋아했던

한 여성의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가난한 작가들을 위해 스프를

데우고 빵을 나눠줬던 여자 실비아 비치.

돈이 없고 잘 곳이 없는 무명의 작가들에게

쇼파를 내줬던 마음씨 착한 가게 주인.

그녀가 재워주고 스프를 내줬던 작가들 중에는

헤밍웨이나 제임스 죠이스도 있었을 것이다.



‘나그네를 소홀히 대하지 마라.

혹시 그들이 위대한 작가가 될지도 모르니...’


어쩌면 그것이 내가 지독히도 부러워했던

유러피언 드림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나는 떠날 것이다.


문든 '떠난다'는 말 하면 떠오르는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여자가

한 명 더 있다.

'떠난다'는 말 한 마디를 그토록 잔인하게

남기고 떠날지 아무도 몰랐던 여자였다.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지구라는 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 역시 생의 모든 에너지를

예술에 쏟아부었던 여자였다.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수많은 타인들의 고통까지도

짊어지려 했던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도 스친다.


멕시코가 사랑하는 프리다 칼로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 지구라는 별'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노라 선언하며

떠났다.



그런 결기는 또 어디서부터 왔을까...?

혹시 이런 이유는 아니었을까..?


"너희들 고생좀 해봐.

무슨 뜻인지 궁금하지?

고민좀 해보라구!

하.하.하.하!"


생의 마지막 순간 눈을 감으며

살짝 윙크했을 것 같은 프라다 칼로의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혹시 그녀는 지금 또

어느 별 한가운데에서...?


작은 것 하나로도 자신의 말을 지키고,

작은 일상에서 소중한 친구를 찾아내고,

작은 빵조각 하나를 배고픈 사람에게

떼어줄 수 있는 용기.

그곳에 세상의 작은 천국이 있을 것이다.


글: 김덕영 (다큐멘터리 PD, 작가, '김PD의 통의동 스토리' 대표)




서촌의 미로 같은 골목길 안쪽에서 5년 동안 조금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려 했다.

이제 이 작은 골목길에서의 생활을 접고 아이슬란드라는 낯선 땅으로 도전 같은 삶을 시작한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서촌의 작은 골목길 까페, '김PD의 통의동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만간 마지막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김덕영 작가 인문학 강연

2018년 10월 20일(토) 저녁 7시 30분

강연 제목:

'나는 시작을 사랑한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문의: 070-898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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