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극장 개봉 하루 전
'개봉 다이어리' 2020년 6월 24일
개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활용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코리아헤럴드, 국군방송과 인터뷰를 했고 통일교육원에서 강연을 했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금, 1950년대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숨겨진 역사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 마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느낌도 든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상업영화들처럼 보다 많은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랐고, 할 수만 있다면 TV의 연예 프로그램이나 영화 전문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우리 영화는 10개의 상영관으로 시작을 한다. 우리 영화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2019년 1월 여행가방을 끌면서 공항을 떠났을 때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순간에 비하면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부족한 것도 많지만, 한 개인이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숲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이 있기까지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위해 응원해주고 함께 전단지를 돌려주셨던 많은 서포터스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민족 분단의 역사,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갈등과 대립의 시대 속에서 진정한 평화와 화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걸 위해서 우리의 영화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자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이야기를 전달할 생각이다.
그 출발에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평생 잊지 못할 큰 영광이었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더 큰 발전을 위한 도약의 단계로 이제 내일을 준비할 생각이다. 사정은 조금 다르겠지만,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며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을 했던 심정을 조금을 알 것 같다.
운명의 주사위를 던진 것은 카이사르 본인이었고 주사위가 굴러가 멈춰 설 때까지, 그래서 그 주사위에 무엇이 나타날지 알게 될 때까지는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그 운명의 결과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는 과감한 용기만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주사위에 무엇이 나올까'보다 내 손으로 힘껏 주사위를 던졌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에겐 더 큰 희망의 단서가 될 것 같다.
어제 강연이 끝나고 40대가량의 한 남자분이 다가와 인사를 하면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고 요청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일 아들 손잡고 영화 보러 꼭 갈 겁니다."
지금 순간 그가 들려준 그 한마디 말보다 더 행복한 말은 나에게 없을 것 같다.
글. 김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