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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Oct 30. 2020

신간 '논픽션 김일성의 아이들'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제작 뒷이야기


'논픽션 김일성의 아이들' 표지 시안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촬영 장비로 가득 찬 가방 7개를 들고 동유럽 여정에 올랐던 순간부터, 외롭고 힘든 여정 동안 길 위에서 만났던 천사가 같았던 사람들과의 기적적인 만남까지, 그렇게 15년 간의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습니다. 


역시 매번 책을 출간할 때마다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은 역시 책 표지 디자인과 만나는 순간입니다. 어제 이번 작업 디자인을 맡고 계시는 조의환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책 표지 디자인 시안을 3개 보내겠습니다. 보시고 마음에 드시는 것을 알려주시면 방향을 좁혀서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 


태영호 의원의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베스트셀러를 디자인하신 대한민국 최고의 편집 디자이너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은 올해 초 1월 경이다. 


'제가 책 디자인을 좀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영화 만드시는 것 너무 고생하신 것 같아서... 책이라도 좀 돕고 싶습니다.'


그런 분을 감히 디자이너로 모실 수도 없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정말 분에 넘치는 순간이었다. 세상 일이 돈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과 사람의 따듯한 온기가 없는 일은 하기도 싫었다. 물론 그런 유능한 디자이너를 모셔서 같이 일할 경제적 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린 기억이 난다. 


'대표님, 마음만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솔직히 드릴 게 별로 없어요. 그냥 저 혼자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정말 너무 고맙네요.'


그리고 시간이 또 흘렀다. 영화 극장 배급부터 홍보, 마케팅, 국제영화제 참가까지 할 일이 태산 같았던 여름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책을 낼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 너무 아까웠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도 못하고 그냥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 정 안 되면 그냥 A4지로 프린트해서 제본이라도 해서 기록으로 남겨야지. 그런 마음으로 한 권의 책과 마음속으로 작별(?)을 했다. 


어느날 다시 조의환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책 이야기였다. 


'가치로운 책이 될 거예요. 많이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그게 중요하지 않은 책이 될 것 같아요. 용기내서 해보세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그때부터 정말 이를 악물고 책을 썼다. 포기 하기 싫었고,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영화를 만들 때도 그랬지만, 영화 속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 많은 아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어둠 속에 감추기도 너무 싫었다. 


그렇게 석 달의 작업이 끝났다. 누군가의 격려, 누군가의 따듯한 손길이 없었으면 세상에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나올 수 없는 책이라 생각된다. 


3장의 책 표지 시안 파일을 받았다. 솔직히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을 정도로 훌륭한 디자인이었다. 그걸 보고 한참을 생각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이것 역시 그의 뜻이지 않았을까... 나는 비록 크리스챤은 아니지만, 나는 믿는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일을 맡아서 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기적 같은 경험들이 선물처럼 다가온다는 사실을...


'모든 책에는 고유한 운명이 있다'. 책을 낼 때마다 마치 주기도문처럼 외웠던 구절이 하나 있다. 모든 책에는 운명이 있고, 그걸 읽어주는 사람에 따라 책의 운명은 바뀐다.  


열 번째 책, 어느 구석에선가 이런 행복한 구절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의환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신간 #논픽션 #김일성의아이들 #책표지 #시안 #모든책에는고유한운명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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