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준비하며
'이른 아침 미얀마에서 메일이 왔다.'
이번 우리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라는 작품을 만든 보릿 야닉 감독으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버마(그는 끝까지 버마라는 단어를 썼다)의 청년들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작품 속에는 사실 제 아들이 등장합니다. 24살 된 젊은 아이인데, 벌써 몇 달째 거리에 나가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버마의 민주주의를 올바로 세우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연을 알아 보니, 보릿 야닉 감독은 프랑스인으로 버마 여인과 결혼을 해서 20년 넘게 양곤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전문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하기엔 아직 경험도 부족한 그가 이번에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사실 그의 아들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군인들에 체포되고, 버마인 아내 역시 체포의 위협을 피해 어디론가 도망을 간 상태. 순박하고 평범했던 한 프랑스 남자의 가족들은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이런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아들 같은 버마 청년들의 목소리를 기록에 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세계의 수많은 영화제 어느 곳에서도 그의 작품을 받아준 곳은 없었다. 리버티국제영화제가 그의 영화를 받아준 첫 영화제인 셈이다. 문득 그의 메일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리버티국제영화제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품이 조금 거칠고 완성도가 떨어지면 어떠나, 그의 영화가 아무곳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아마도 영화의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놓고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건 리버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레드카펫도 유명한 배우도 하나 없이 우리도 시작을 했으니까. 하지만 세상을 향한 진실의 외침에 함께 할 수 있고, 언젠가 더 멋진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젊은 영화감독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언젠가 버마에 민주주의의 꽃이 다시 피어나고, 어디에도 갈 곳 없었던 그들의 영화가 세상 곳곳에 퍼져나갈 수 있다면, 어쩌면 그런 순간이 온다면 리버티국제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땀흘렸던 50여 명의 발기인들에게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힘 내세요! 당신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겠습니다. 하루속히 당신의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가 재회하는 날을 기도하겠습니다."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보내고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픈 건 사실이다. 이유를 찾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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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국제영화제는 11월 22일(월) 오후 2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개막식과 함께 막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