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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Jun 26. 2022

도서출판 기파랑, 안병훈 대표를 만나다

영화 '하와이로 간 대통령' 제작을 시작하며

조선일보 부상장을 역임하시고 정년 퇴임하신 뒤, 기파랑 출판사를 만드신 안병훈 대표. 지난 6월 24일, 대학로에 있는 그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2005년 기파랑 출판사를 만들고 그당시 남들은 말하기조차 꺼려했던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관한 진실을 담은 책들을 만든 지 17년. 출판사 곳곳에서 그의 집념과 뚝심이 느껴졌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거짓과 사기극의 전모를 파헤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이야기를 듣더니 '정말 어려운 일을 시작하셨다'면서 책 한 권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책장 속에서 두꺼운 표지에 둘러싸인 책 한 권을 펼쳐 사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그 모습,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허락도 받지 않고 일단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그가 인생을 살아온 마음의 지도와 같은 것.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았던 한 인간의 모습이 마음으로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만들어보겠습니다'라는 작별 인사를 마치고 문앞까지 나와 배웅하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함께 그곳에 갔던 조의환 대표가 던진 한 마디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저 분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책을 만들겠다고 출판사를 차렸어요. 평생 이승만을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양반입니다. 그 집념으로 온갖 적자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자체만으로 존경할 만한 인물일 겁니다."


그가 출판사를 세울 때만 해도 이승만이란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책 장사를 하려면 386 운동권이나 좌파적 담론을 담은 책들을 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건국 대통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출판사 곳곳에서 느껴졌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기파랑의 힘이었고, 안병훈의 뚝심이었습니다. 


그건 생각이 얕은 사람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원초적인 에너지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고작 이승만에 관한 책 한두 권 내고 '괴벨스가 와도 대한민국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은 바꿀 수 없다'고 자포자기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교차했습니다. 어쩌면 기파랑과 안병훈이란 존재 자체가 마음속에 묵직하게 다가온 것은 그런 이유였는지 모릅니다.


올해 2022년 2월, 대선 경주에 뛰어들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은 말했습니다.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 학살은 '국가범죄'다. 집권하면 기한 없이 처벌하겠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좌파들도 이젠 거들떠 보지 않는다', '관심없다'며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선 후보 이재명의 말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요? 이 모든 비극은 건국의 역사를 왜곡시키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왜곡과 비난이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질문에 답을 찾으려 늘 애썼습니다. 어쩌면 가치로운 일에 목숨을 거는 것, 남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 진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노력하는 것, 그것으로 사람은 역경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생 안병훈이 세상에 던졌던 질문으로 한번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승만은 정말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 역사는 그를 그렇게 가혹하고 잔인하게 대해도 되는 것일까?' 영화 '하와이로 간 대통령'의 제작 과정은 어쩌면 그 질문의 답는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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