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취재를 마치며

'대한민국에 친북이 있다면, 대만에는 친중 세력이 있다'

by 김덕영


11월 26일 치러진 대만의 지방선거를 취재하기 위해서 일주일 동안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와 인근 지역들을 취재했다. 결과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집권당인 민진당의 패배였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당은 수도 타이페이와 수도권 신페이, 그리고 우리의 대전에 해당하는 타이중 등 무려 13곳에서 승리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2024년 치러질 총통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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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거를 취재하는 일주일 동안 의외로 많은 젊은이들이 '중국의 간섭은 원하지 않지만, 이익은 중국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대만 청년들의 군복무를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정부 여당인 민진당의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로 대만 경제가 불황을 겪으면서 대만의 대학생들 가운데는 중국 본토에 가서 직장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늘어 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의 말에 의하면, 대만 밖으로 나가면 무려 3배 이상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일부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중국과 교류를 원하는 대만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향은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통일이 되면 어차피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으로 편입되어 대만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대만인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돈을 위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들이다. 대만의 정체성, 미래를 위해서는 매우 위험한 생각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지방 선거는 체제나 이념보다 먹고 사는 경제 문제가 더 심각한 주제라는 사실을 민진당으로 하여금 깨닫게 했다. 경제 성장을 뺀 반중의 외침이 공허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선거였다. 다가올 2년 뒤의 총통 선거를 감안한다면 여당인 민진당으로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즉각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한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이 느껴지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민진당이 추진했던 '반중', '대만 독립' 정책이 과연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2019년 홍콩 사태 이후 대만은 '제2의 홍콩'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휩싸였다. 덕분에 반중, 대만 독립을 주장했던 민진당이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 흐름이 불과 2년만에 바뀐 것이다.


'대한민국에 친북이 있다면, 대만에는 친중 세력이 있다'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된 이후, 중국은 일인독재, 전제주의 패권국가의 길을 노골화했다. 여기엔 군사적 대결까지 염두에 둔 전략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에 편승해서 대만 정치와 여론을 흔들기 위한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루 5백 만 건의 사이버 테러가 중국으로부터 이뤄지고 있다는 대만 국방부의 발표는 지금 대만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실감하는 대만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전쟁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표방하는 국민당을 내세워서 양안 갈등을 잠재워 보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선거 결과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대만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양안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2022년 대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흡사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북핵 위협과 남북 교류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햇볕정책으로 북한을 세계 무대로 끌어내고, 동시에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책시킨다는 논리와 닮은 꼴이다. 20년 동안 친북 좌파 세력들이 추진한 남북 교류,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따져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이 추진했던 교류와 화합 정책들은 결국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평화를 위해 북한에 보냈던 지원금은 평화를 위협하는 핵개발 자금으로 활용되었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자존심마저 버렸던 일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남한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던 남북연락사무소가 북한 김정은의 명령 하나만으로 산산히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허무함과도 잇닿아 있다. 이것이 공산주의의 본질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앞에서 평화를 구걸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공산주의에 대한 무지함을 통해 얻은 우리의 교훈을 대만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평화는 돈이나 말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평화를 지키는 것은 힘의 논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가의 힘은 국민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지난 20년 좌파 세력들이 벌였던 한반도의 평화 구걸 정책이 가져온 결과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거대해지는 중국의 패권 앞에서 동북아시아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의 몰락, 대만 민심의 분열은 그 명확한 근거들이다. 왜 공산주의에 반대해야 하는지, 자유와 민주주의가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 왜 수호되어야 하는지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 북한과 벌였던 지난 20여 년 간의 평화 교류 정책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위한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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