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통.스'의 친구들
3년 전 서촌 골목길에 '김PD의 통의동 스토리'라는 까페 겸 와인바를 오픈하고 나서부터 틈틈이 기록해 온 글들을 모은 일곱 번째 신작 <하루키에겐 피터캣, 나에겐 통의동 스토리가 있다>, 표지 디자인 시안이 나왔다. 이번에도 본문과 표지 디자인은 내가 직접 했다. 포토샵과 인디자인을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 파워풀하다.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글쓰고 책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큐멘터리 제작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번 책은 2013년 서촌, 통의동의 작은 골목길에서 글쓰는 작업실과 까페, 와인바, 갤러리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김PD의 통의동 스토리'를 오픈하면서 기록한 3년 동안의 기록이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피터캣'은 소설가 하루키가 무명의 시절, 도쿄 코쿠분지에서 7년 동안 운영했던 재즈바의 이름이다. 원래는 자기가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전업작가로 등단하기 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작품들이 이 재즈바에서 창작되었다.
까페와 재즈바라는 게 남들 눈에는 보기 좋고 낭만적일 수 있지만, 그걸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예상을 깨는 쉽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손을 가장 많이 다치는 게 나의 경우엔 제일 고통스러웠다. 손으로 일하는 게 많다 보니 말이다. 사실 하루키가 전업작가로 등단하기 전까지 '피터캣'이란 재즈바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첫 장편소설 <내가 그리로 갈게>를 쓸 때인 2014년 여름이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와인을 서빙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 그렇게 완성되어 나가고 있던 나의 첫 장편소설이 어느 순간 암초를 만났다. 한순간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체력이라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다. 1년 넘게 무리를 했는지 손목에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결국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글을 이어갔다. 집중력에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작은 표지판 하나를 만들어서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자리 옆에 세웠다. 도쿄에서 재즈바를 운영하던 당시 하루키를 담은 사신도 한 장 붙였다. 빈칸에다가는 이렇게 글씨를 적었다. 'I'm sorry, I'm writing. becoming Haruki!', '미안합니다. 글쓰는 중이라서...하루키가 되자!'
남이 보면 웃을 수도 있고 뭐라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 이걸 보고 조롱하거나 나에게 뭐라 한마디 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일이었다. 덕분에 나는 나의 첫 장편소설을 무사히 탈고할 수 있었다.
신간 제목으로 '하루키의 피터캣'을 거론한 이유는 나도 그처럼 전업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우연이었지만, 나 역시 까페와 와인바를 운영하면서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와는 다른 세상 속에서 그렇게 나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원래 목표가 있는 삶은 좀 수월하다. 롤모델이 있는 사람은 훨씬 재밌고 즐겁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현재 나의 경우 하루키는 나의 롤모델이다. 그는 재즈바 영업이 끝난 뒤, 가게 문을 닫고 30분을 더 일했다. 바로 글쓰기를 했다. '가게 문을 닫고, 30분', 그것이 내가 하루키를 롤모델로 삼은 이유였다.
서촌, 통의동의 작은 골목길 까페에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들도 어쩌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오리라 믿는다. 큰 상을 타거나, 유명해지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창작의 길을 걸으며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서촌 통의동에 '김PD의 통의동 스토리'를 오픈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혹시라도 이 한 권의 책이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 개성 있는 자기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로서는 가장 기쁜 일이 될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독립적인 가치들의 결정체이자, 아직 도달하지 않은 꿈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글: 김덕영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저자 / 다큐멘터리 PD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김덕영 지음 (다큐스토리, 2013)
과연 진실한 사랑은 무엇일까? 중년의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 <내가 그리로 갈게>, 김덕영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