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넉넉한 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하핫. 오늘은 버스 타고 어린이집 등원을 했다. 어제 눈이 많이 와서 주차장이 복잡하더니 이중주차된 차들 때문에 도저히 차를 뺄 수 없었다. 이리 빼고 저리 돌려도 각이 나오지 않아서 한참 진땀을 뺐다. 결국 버스행을 택했다. 평소와 다른 등원길. 멀지도 색다른 풍경도 아니지만 그냥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탔다는 것만으로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됐다.이제 아이가 제법 커서 같이 버스 타고 다니는 별거 아닌 일상이 참 재밌다.
2024.01.18.목
◼️ 긍정적인 일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와 점심 먹기로 해서 모닝루틴 때 자소서 하나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시간이 넉넉할 때는 그렇게도 쓰기 싫고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던 자소서인데 시간도 없고 아침에 꼭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니 어떻게든 마무리됐다. 시간이 넉넉한 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요즘이다. 시간이 없는 것 같고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위로가 된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말과도 연결된달까)
◼️ 복기
업에 대해 이렇게 오래 고민해도 되는 것인가. 나에게 딱 맞는 일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천직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시간이 오래 흐르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내 길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걸 보면 꾸준히 내 길을 걸어가면서 자갈도 골라내고 비료도 뿌리고 꽃도 심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만이 내 길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기웃거리는 사람은 결국 가질 수 없는.
◼️ 영감
아이 하원할 때도 주차장 상태가 그대로라... 걸어서 어린이집까지 간 뒤 버스 타고 아이와 도서관에 갔다. 집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 꾸준히 간 지도 1년이 다 돼 가는 것 같다. 아이들 책을 보다 보면 위로받을 때가 많은데 오늘도 아이 책을 읽어주다가 코끝이 찡해졌다. <오늘도 꿈사탕 가게>라는 동화책은 손님들에게 산 꿈을 사탕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 이야기다. 한 노인이 1년에 한 번 팔 수 있는 꿈을 팔기로 했고, 주인공 펭귄(?)은 그의 꿈을 담는다. 노인은 오래전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가 꿈에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꿈을 팔았다고. 꿈속 부부는 젊었고 따뜻했고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노인은 꿈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노인의 꿈을 사 온 펭귄은 노인을 위해 자기가 본 꿈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줬다. 아이에게 책을 다 읽어준 뒤 작가와 옮긴이를 살펴보는데 옮긴이는 꿈사탕 가게에 가면 사고 싶은 꿈이 있다고 적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거든요."라는 말과 함께.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생각해 보니 아침엔 오랜만에 버스 타고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낮에는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네? 이동 시간에 쇼츠나 필요 없는 가십 보는 걸 멈추고 다시 독서를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가방에 책 하나 펜 하나 챙겼다. 운 좋게 자리도 널널해서 두꺼운 패딩에 가방에 책, 펜까지 짐이 많아도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엄마랑 오랜만에 단둘이 점심도 먹고 커피숍에서 후식까지 깔꼼하게 마무리했다. 1000원짜리 커피와 1000원짜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어찌나 맛있던지! 1000원으로도 충분히 행보칼수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