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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빈 Oct 26. 2024

위로를 채우는 밤

숲이 건네는 이불 같이 포근한  위로

낙엽

자연의 순환이 너무 고마웠던 가을이 오고 계절의 변덕 때문이었는지
낙엽 이불을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만들어낸 나무들이 여럿 보였어.


예쁜 빛깔을 보지 못해 아쉽기도 하면서도
계절의 변화에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자연이
다시 시작의 위로와 한결같음의 안정감을 주는 듯했어


가을이 되면 나무는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 일조량이 줄어들고,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광합성을 중단하고 옷을 갈아입어

녹색옷을 입고 있던 나뭇잎은 알록달록한 색소들로 옷을 갈아입고
떨어지기 전 마저 남은 에너지까지 나무에게 주고 떨어져서는
나무 이불이 되어 곤충들에게도 집을 마련해 주고 추운 겨울을 나게 해 주지


봄에 다시금 피워낼 성장을 이루어 내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내어주고 성장을 잠시 멈추는 시기가 없었다면

봄의 따스하고 싱그러운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을 거야


날카로운 날씨와 휘몰아치는 눈바람 같은 시련을 견디고 다시 새로운 희망의 새싹이 돋아날 수 있게 조금씩의 힘을 한 올 한 올 담는  충전의 시간, 낙엽 이불을 덮고 겨울잠을 자고 나면 벌어지는 새로운 시작의 위로


계절이 돌아온다는 건 낙엽이 물들고 떨어진다는 건 다시 겨울이 오고 새로운 시작이 온다는 설렘 일 수도 있을 거야


나이테

나무는 생일마다  나이테를 몸에 두르는데  
물과 햇빛 충분하 양분을 가지고  잘 자란 해일수록 나이테의 간격이 넓어지고  
힘든 환경에서 그 시간을 이겨낸  해는 간격이 좁다고 해  


봄,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 크게 나이테가 새겨지고 늦여름에서 가을에는 촘촘하게 나이테를 새겨나간데

그래서 성장한 나이테를 보고 그 나무의 역사를 알 수 있데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이 나이테의 모양을 다르게 만들어 나가는 거지


금강소나무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니?

금강 소나무는 바다와 인접해 환경이 척박하고 조금 있는 햇빛으로 추위를 견디며 자라야 해서 일반소나무가 20년이 지나면 될 수 있는 두께를 가지려면  금강소나무는 100년이 걸린데
그래서 아주 조금씩 밖에 자랄 수 없는데  나이테도 3배 더 촘촘하게 만들어진데
그 덕분에 천년동안 단단하고 곧게 잘 썩지 않는 나무가 되어 '왕의 나무' 궁궐을 지을 때나 왕실 사람의 관을 지을 때 사용되는 귀중한 나무가 되었어
 

성장이 더디디 더딘 나

많은 일들을 마음에 품은 나

그렇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잠깐만 놓치면 끝없이 내려가는 나를

다시 걸어 올라가는 나


분명 아주 조금씩 자라며 촘촘한 나이테를 만들 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단단하고 단단해져서 거칠지만 단단하고 물들지 않는 나만의 견고함이 있는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숲이 너에게 포근한 위로를 건넨다


더딘 성장도

잠시 쉼의 멈춤도

봄에 다시금 피어날 너의 성장을 포근히 다독여 줄 테니

단단하게 귀중히 쓰임 받는 삶을 살게 될 너라고

그러니 느리더라도

성장하기를 멈추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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