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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용 알비스 Sep 27. 2020

두 번째 수도, 두 번째 카드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 도입을 생각하며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로 결정된 현대 대한항공카드 030

요즘의 세계사 교과서로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콘스탄티노폴리스' 

과거의 세계사 교과서로 배웠던 사람들에게는 '콘스탄티노플'.


나는 과거의 세계사 교과서로 배웠기 때문에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배웠지만 역사 서술 용어가 바뀐 것을 알고 이제는 언제나 '콘스탄티노폴리스'라고 적는다. (나는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이 아닌 수능을 위한 독학으로 준비했다. 그렇지만 소위 '역사 덕후'였기에 쉽게 풀렸다.)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원래 작은 항구도시 비잔티움이었다. 그렇지만 로마제국이 아예 새로운 수도로 선포하기 위해 천도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도시로 급변하였고 콘스탄티노폴리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 출발을 했다. 두 번째 수도로 출발한 그 콘스탄티노폴리스였다.


콘스탄티노폴리스는 동서로마 분리 끝에 결국 '비잔틴 제국'이라 불린 로마제국을 유지하였다. 1453년, 오스만 제국의 공격으로 그제야 콘스탄티노폴리스는 끝났다. 지금은 그 자리에는 '이스탄불'이 있다. 유럽인들은 현대 터키 공화국이 세워질 때까지 계속 콘스탄티노폴리스라고 불렀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 제국이 패전하자 그리스가 점령이라는 일종의 '탈환'하려는 시도를 한 적도 있었으니 실제로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완벽하게 끝난 것은 터키 공화국 수립 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 도시가 두 번째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였다. 나는 언젠가 콘스탄티노폴리스 유적을 만나러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이스탄불'에 가야 할 것이다.


나에게도 경제생활의 수도가 있다. 흔히 신용카드라고 부르는 그런 것이. 

발달장애인에게는 별로 없는 낯선 존재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가 신용카드를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신용카드의 부가기능이었던 '후불교통카드' 기능 때문에 만들었던 것이지, 신용카드를 노리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내 신용카드는 독특한 기능이 더 있었다. 그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의 더 중요한 사실은 지하철 무료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임승차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을 윗줄을 읽어보면 힌트가 있다. 나는 발달장애인(실제로 자폐성 장애인이다.)이고, 법률상 장애인 등록을 했으므로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지하철 운임 면제 기능을 사용했기 때문에 '후불 무임교통카드'이라는 것이다. 다만 버스는 무임이 아니라서 그것이 상당히 슬프기는 하지만. 집에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지금은 코로나19 위기로 교회에 못 가지만 교회에 갈 때도 버스를 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신용카드의 뒷면에는 '장애인 복지카드'라는 것이 새겨져 있다. 내 복지카드는 신용카드와 후불 무임교통카드 3가지를 결합한 복합형 신용카드였던 것이다. 사실은 후불 무임교통카드를 노리고 만들었는데, 신용카드가 나에게 따라온 셈이라고 하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의 실질적인 신용카드는 '없는'셈이다. 내가 내 의지를 바탕으로 만든 신용카드는 아직 없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을 모두 청산한 이후, 이제 사실상 빚진 돈은 이사를 가면서 치러야 하는 돈 얼마를 제외하고는 없다. 집 대출금 상환은 일종의 집세 개념이고, 몇 개의 할부가 남아있다. 앞으로 2년 몇 개월, 앞으로 몇 개월. 차분히 갚으면 된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잘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야 나는 진정한 신용카드를 장만할 시점이 되었다. 

이미 모으고 있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혜택이 있는 카드로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결국 고심 끝에 현대 대한항공카드 030이 낙점되었다. 여러 가지 경쟁 끝에 승리한 것이다. 


나는 새 신용카드이자 내 의지로 만든 진정한 의미의 첫 신용카드를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라고 부르기로 했다. 새로운 경제생활의 수도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붙였다. 실질적인 경제생활은 체크카드가 하지만, 많은 복잡하거나 공식적인 결제는 이제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가 맡을 계획이다.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결정해서 스스로의 의지로 만드는 신용카드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나는 발달장애인이라는 한계가 있어도 한번 제대로 만들어 볼 것이다.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할 나의 신용카드 하나를 장만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완수하기 위하여도 이번 '콘스탄티노폴리스 카드'를 내 손에 쥐게 만들고 싶다.

새로운 경제생활 수도, 새로운 카드에서 이룩하고 싶다. 


발달장애인이 신용카드를 가진다고 헤프게 쓴다면 오해하지 말라. 

나는 신용카드 선결제를 선호할 정도로 아껴 쓰는 편이니까.


ps. 이 매거진 사상 처음으로 내가 찍지 않은 사진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 이 매거진은 내가 자유롭게 쓰는 글로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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