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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신 Dec 29. 2020

처음부터 제일 갖고 싶던 걸 살걸

정확하게 응답하기

동료는 다음 달에 맥북을 산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5년 전부터 맥북이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맥북이 제일 가지고 싶었는데 비싸니까 다른 걸 샀어요. 흡족하지 않고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작년엔 돈을 모아서 다른 태블릿 pc를 또 샀고요. 그런데 결국 돌아 돌아 맥북을 사네요."

그러면서 처음부터 맥북을 샀더라면 적당히 가격에 맞춰서 산 노트북도, 태블릿도 구입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맥북을 샀더라면.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적이 있다.

고교시절 애플의 아이팟이 출시되었을 때 갖고 싶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선뜻 사기 비싼 물건이어서 다른 브랜드의 mp3를 절반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다.

잘 사용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생각에 아이팟이 아닌 mp3를 하나 더 샀다. 디자인과 용도가 다른 것으로.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에 나는 결국 아이팟을 샀고, 내가 쓰던 2개의 mp3를 모두 동생에게 물려주었다.

처음부터 아이팟을 샀다면 다른 2개의 mp3를 사지 않았을 테다. 왜냐하면 가장 가지고 싶었던 그 물건, 아이팟이 생기는 순간 그 둘은 '아이팟 대체품'으로서의 가치가 소멸되었으니까.

두번의 주저 끝에 구입한 아이팟은 거의 10년이 된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이후로는 다른 mp3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 가장 갖고싶던 걸 가졌으니까.


동료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마음속에 가장 원하는 사람이 있는데 모종의 이유로 그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

그 사람을 대체할 다른 '적당한' 사람을 만나는데 실은 그런 만남들은 '진짜' 원하는 사람과 관계가 성사되면 모두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린다고.


좋은 것에는 좋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좋음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우리는 그 좋음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선택을 유예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마음이 '정확하게' 원하고 있는 그것만이 '정확하게' 필요를 채워줄 수가 있다.

그러니 고비용을 무릅쓰고 '정확하게' 응답하는 것이 오히려 결과적으로 비용은 물론이요 시간까지 아끼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드는 "처음부터 제일 갖고 싶었던 걸 살걸, 처음부터 그 사람을 만날걸"이라는 후회는

가능한 지금이라도 '가장 원하는 것'을 향해 가야 한다는 걸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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