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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y 03. 2024

향기는 기억을 남기고.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퇴근길 볼일이 있어 다른 곳에 들렀다가

집으로 향했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초록잎이,

가을, 겨울에도 운치 있게 나를 반기는 길.

이제 겨우 계절 한 바퀴를 봤을 뿐이지만

혼자 걸어도, 함께 걸어도 늘 기분 좋은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던 중

코 끝을 감싸는 꽃향기.

꽃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기억.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는 향기를 쳐다보았다.


인간의 기억에 후각이 이렇게 강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정확히 작년 4월 나는 이 길을 걷다가

달콤한 꽃향기에 걸음을 멈추었고,

향기의 근원지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학교 안 등나무 벤치에 가득 핀 등나무 꽃.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를  

매일 느끼는 그 학교 학생들이 부러웠다.


내 머릿속 등나무는 그냥 벤치 지붕을 구불구불 감싸는 나무.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는지

이토록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지 처음 알았다.


2024.4 다시 만난 향기


그리고 며칠 뒤 글쓰기 모임 주제는 '냄새'

나는 강렬한 후각의 기억을 글로 썼다.


2023.5.3.

얼마 전 길을 걷다가 진한 꽃향기에 발길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린 적이 있다.
학교 안 등나무에서 나는 향기였다.
늘 보던 별생각 없이 보던 등나무 벤치였는데 

저렇게 예쁜 꽃이 필 줄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가 날 줄이야.
우리 주변에 늘 머무는 것들도 다들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 준 이 봄에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강렬한 후각의 기억이라고 하기엔

소박한 글이지만

2024.4월 등나무 꽃향기는

2023.4월 그날의 나를 떠올리게 했고,

2023.5월 썼던 글을 떠올리게 했으니

이만하면 강렬한 후각의 기억 아닌가.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2023년의 나는 또 한 번 맞이한 봄에 기쁨을 느꼈구나.

2024년의 나는 향기가 가져다준 기억에 설렘을 느꼈고.

2025년의 나는 어떤 기억을 다시 떠올릴까.


이 봄이 가져다준 향기에 나는 미래를 기다린다.

향기는 기억을 남기고.

향기는 새겨질 기억을 기대하게 하고.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란 노랫말을 쓴 사람도

나와 조금은 비슷한 마음이었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소제목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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