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기억을 남기고.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by 수수

퇴근길 볼일이 있어 다른 곳에 들렀다가

집으로 향했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초록잎이,

가을, 겨울에도 운치 있게 나를 반기는 길.

이제 겨우 계절 한 바퀴를 봤을 뿐이지만

혼자 걸어도, 함께 걸어도 늘 기분 좋은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던 중

코 끝을 감싸는 꽃향기.

꽃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기억.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는 향기를 쳐다보았다.


인간의 기억에 후각이 이렇게 강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정확히 작년 4월 나는 이 길을 걷다가

달콤한 꽃향기에 걸음을 멈추었고,

향기의 근원지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학교 안 등나무 벤치에 가득 핀 등나무 꽃.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를

매일 느끼는 그 학교 학생들이 부러웠다.


내 머릿속 등나무는 그냥 벤치 지붕을 구불구불 감싸는 나무.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는지

이토록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지 처음 알았다.


2024.4 다시 만난 향기


그리고 며칠 뒤 글쓰기 모임 주제는 '냄새'

나는 강렬한 후각의 기억을 글로 썼다.


2023.5.3.

얼마 전 길을 걷다가 진한 꽃향기에 발길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린 적이 있다.
학교 안 등나무에서 나는 향기였다.
늘 보던 별생각 없이 보던 등나무 벤치였는데

저렇게 예쁜 꽃이 필 줄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가 날 줄이야.
우리 주변에 늘 머무는 것들도 다들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 준 이 봄에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강렬한 후각의 기억이라고 하기엔

소박한 글이지만

2024.4월 등나무 꽃향기는

2023.4월 그날의 나를 떠올리게 했고,

2023.5월 썼던 글을 떠올리게 했으니

이만하면 강렬한 후각의 기억 아닌가.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2023년의 나는 또 한 번 맞이한 봄에 기쁨을 느꼈구나.

2024년의 나는 향기가 가져다준 기억에 설렘을 느꼈고.

2025년의 나는 어떤 기억을 다시 떠올릴까.


이 봄이 가져다준 향기에 나는 미래를 기다린다.

향기는 기억을 남기고.

향기는 새겨질 기억을 기대하게 하고.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란 노랫말을 쓴 사람도

나와 조금은 비슷한 마음이었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소제목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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