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핀 꽃은 숲을 이루지 못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혼자 앞서 피어난 꽃은 숲의 장관에 녹아들지 못한 채 쓸쓸히 지고 맙니다. 벚꽃의 미학이 군집의 연대에 있듯, 우리 삶 또한 개인의 탁월함을 넘어 동료와 보조를 맞추며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함께할 때 더 멀리,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공동체적 보조’의 소중함을 담았습니다.
홀로 핀 꽃은 숲을 이루지 못한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이 연분홍빛 설렘으로 물드는 계절이다. 유난히 시렸던 겨울의 잔재를 털어내듯, 가로수마다 몽글몽글 피어난 벚꽃들이 저마다의 화사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단장을 서두르고 있다. 바쁜 출근길임에도 불구하고, 가지 끝에 매달린 생명력의 향연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유쾌하게 일렁이곤 한다.
오늘 아침 역시 그 부드러운 분홍빛 물결에 몸을 싣고 길을 나섰다.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벚나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만개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장관 속에서 유독 이질적인 풍경 하나가 시선을 붙들었다. 수많은 나무가 이제 막 가장 화려한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행렬 속에 섞인 단 한 그루의 나무만이 이미 모든 꽃잎을 떨궈낸 채 쓸쓸히 초록빛 잎사귀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나무는 남들보다 훨씬 이르게, 마치 독불장군처럼 홀로 꽃을 피웠던 모양이다. 주변 동료들이 차가운 봄바람에 몸을 사리며 때를 기다릴 때, 혼자서만 성급하게 계절을 앞질러 갔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그 나무가 홀로 화사함을 뽐내던 시절, 길을 지나던 그 누구도 그 외로운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벚꽃의 진정한 미학은 홀로 선 단독자로서의 화려함이 아니라, 수천수만의 꽃송이가 군집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연대의 힘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벚꽃 아래로 모여드는 이유는 단 하나의 꽃송이가 예뻐서가 아니다. 끝없이 이어진 꽃의 터널, 그 압도적인 풍경이 주는 위로와 감동 때문이다. 지금 거리에는 가족, 연인, 혹은 홀로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만개를 목전에 둔 나무들이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축제는 시작된다.
이 풍경을 가만히 응시하며 우리네 인생을 반추해 본다. 우리 사회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때로는 개성을 죽이고 대중의 흐름에 순응하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벚나무를 보며 이 속담에서 ‘공동체적 보조’라는 새로운 가치를 읽어낸다. 어떠한 일이든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앞서 나가는 것은 분명 박수받을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직이나 팀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혼자만 너무 앞서 나가 꽃을 피우고, 남들이 정작 힘을 합쳐야 할 때 홀로 시들어버린다면 그것을 진정한 성공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진정한 리더십과 동료애는 나의 속도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동료의 보폭을 살피는 데서 시작된다. 나에게 탁월한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혼자만의 성과를 위해 소진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부해야 한다. 늦어지는 동료에게는 따뜻한 동기부여를 건네고, 지친 이에게는 내가 가진 경험의 노하우를 나누며, 막막한 상황에서는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보조를 맞출 때, 팀이 목표로 하는 지점은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다. 홀로 핀 꽃은 금세 잊히지만, 함께 피어난 숲은 거대한 파동이 되어 세상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공감하고 긴밀하게 협력할 때, 비로소 예기치 못한 시련 앞에서도 담대해질 수 있다. 혼자일 때는 거센 비바람 한 번에 모든 꽃잎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게 되지만, 가지와 가지가 얽혀 서로를 지탱해 주는 군락 속에서는 어떤 폭풍우도 두렵지 않다. 어려운 문제가 닥치더라도 ‘우리’라는 이름의 방패가 있다면 우리는 과감히 그 상황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
오늘 목격한 그 쓸쓸한 벚나무는 큰 가르침을 남겼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숲을 이루어 오래도록 그 향기를 나누느냐는 사실이다. 내일의 출근길에는 만개한 벚꽃들이 만들어낸 연대의 풍경을 보며, 누군가의 보폭에 기꺼이 나의 속도를 맞추는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혼자보다는 함께일 때, 우리의 봄은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다.
"나뭇잎 하나가 나무를 대변할 수 없듯, 개인의 성취는 공동체의 조화 속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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