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모니움 -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수상작

청소년 문학에서 마주해야 할 가장 뜨겁고도 차가운 진실

by 얼웨즈 Always
우리가 외면한 어둠은
아이들의 이름을 먹고 자라며,
마침내 거대한 궁전이 된다


“판데모니움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처음 등장한 말입니다. 하나님께 반역했다가 지옥에 떨어진 천사들이 지옥에 세운 거대한 궁전의 이름이죠.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맞닥뜨린 어두운 그늘은 그 자체가 거대한 판데모니움이며, 이 이야기는 그 지옥 속에서 누군가 보내는 간절한 SOS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유상아 작가의 장편소설 《판데모니움》은 제목이 주는 압도적인 무게감만큼이나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시작됩니다.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는,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청소년 범죄의 적나라한 실상이 숨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다루는 일반적인 성장 소설의 궤를 벗어납니다. 대신 ‘청소년판 누아르’라는 독특한 색채를 입혀, 범죄의 시스템 속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아이들의 위태로운 삶을 추리 기법과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추적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왜 우리는 이 거대한 악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반복되는 비극을 방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지옥 같은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소중한 생명들을 구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제로 데이 공격’, ‘백도어의 침입자’, ‘Traceback, 악의 깃털’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숨 가쁘게 진행됩니다. 작가는 해킹 용어와 디지털 범죄의 생리를 서사의 중심 축으로 삼아 현대 청소년들이 처한 디지털 환경의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1부 ‘제로 데이 공격’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순식간에 악의 아가리로 삼켜지는지를 묘사하며 독자를 몰입시킵니다. 특히 ‘빨간 약의 비밀’이나 ‘바나나우유의 정체’와 같은 소제목들은 일상적인 소재 뒤에 숨겨진 서늘한 진실을 암시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표적이 되고,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판데모니움’의 주민이 되어버립니다. 유상아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매우 건조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여, 이것이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임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2부와 3부로 넘어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심연으로 깊어집니다. ‘성 착취 동영상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담아내거나, ‘연쇄 자살의 시그널’을 추적하는 과정은 읽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비극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이버 공간 안에서 사건을 조합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과감하고 거침없이 전개하며,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을 부여합니다.


‘멋진 신세계’나 ‘파우스트의 결말’ 같은 문학적 오마주를 통해 범죄의 유혹과 파멸의 과정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지점도 돋보입니다. 작가는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의 악함뿐만 아니라, 그 범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어른들의 무관심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지옥 속에 갇힌 아이가 보내는 SOS 신호를 감지하고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이 소설은 특히 청소년과 그들을 둘러싼 보호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우선,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모든 청소년에게 이 책은 일종의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손길을 뻗치는지, 호기심과 작은 유혹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녀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나 교육 현장의 교사들에게도 필독을 권합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너머에 얼마나 거대한 ‘지옥의 도성’이 건설되어 있는지, 그 속에서 아이들이 어떤 암호를 주고받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장르 소설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이 작품은, 추리나 스릴러 장르를 즐기는 일반 성인 독자들에게도 문학적 쾌감과 묵직한 여운을 동시에 선사할 것입니다.





《판데모니움》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SOS 신호’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작가는 에필로그와 작가 메시지를 통해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전합니다. 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평범한 일상을 집어삼키며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어둠을 걷어내는 힘 또한 우리에게 있음을 소설은 역설합니다.


유상아 작가의 이 강렬한 데뷔작은 올해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처럼, 앞으로 우리가 청소년 문학에서 마주해야 할 가장 뜨겁고도 차가운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무관심이라는 이름의 지옥을 허물고 아이들의 손을 맞잡기 위해, 우리는 지금 당장 이 ‘판데모니움’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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