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익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것들은 오직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수원 화성행궁 근처 지동시장에서 오래전 찍은 한 장의 사진. 추운 겨울날, 온열히터 하나에 의지해 노점을 지키시던 할머니의 환한 미소는 내게 오래된 기억을 불러왔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며, 그 시절의 따뜻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미소가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는지를.
유난히도 쌀쌀한 겨울밤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본다. 수원 지동시장, 회색빛 하늘 아래, 두툼한 외투를 입고 노점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온열히터 하나로 하루를 버티시며 지치고 힘이 드셨을만도 한데, 사진을 찍고 싶다는 내 부탁에 선뜻 활짝 웃는 미소로 응해주시던 그 모습. 그 미소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 순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70년대 초,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 외할머니는 늘 손주들 앞에서는 웃으셨다. 고단함은 숨기고, 슬픔은 삼키고, 따뜻한 밥과 품을 내어주시던 그 모습. 그때는 몰랐다. 그 미소가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를.
이제는 안다. 내가 커버린 탓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익어가는 것일까. 어릴 적엔 몰랐던 감정들이, 이제는 가슴 깊이 스며든다. 그 시절의 따뜻함, 그 미소의 의미, 그 사랑의 무게.
사진 속 할머니는 낯선분 이셨지만, 그 미소는 너무나 익숙했다. 외할머니의 미소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미소는 시간을 넘어, 나의마음을 울렸다.
노점의 삶은 고단했을 것이다. 추운 날씨, 작은 온열기, 바람을 막아줄 벽 하나 없는 거리.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할머니는 웃으셨다. 그 웃음은 삶을 견디는 힘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위로였다.
그날 이후, 나는 사진을 자주 꺼내 본다. 그 미소를 보며 외할머니를 떠올리고, 그 시절을 기억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미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익어간다. 단단해지고, 부드러워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단순히 늙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김남조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외할머니의 미소는 바로 그 말처럼, 삶의 고단함을 품은 채 사랑으로 덮어낸 익어가는 얼굴이었다. 그 미소를 닮고 싶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이 되는 사람. 추운 날, 작은 온기 하나로 버텨내며 웃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익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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