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과 치매 속에서도 빛난 마음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다리가 된다
언제나 내 마음 한 켠에 따스한 빛처럼 자리했던 외할머니의 얼굴을 오늘 다시 바라본다. 사진 속 그분은 벽을 등지고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은 그저 정적인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 있었을 것이다.
암이라는 무거운 병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 치매라는 또 다른 시련까지 겹쳐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항상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띠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미소는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사랑을 전하는 언어였다.
외할머니가 증손녀인 나의 딸을 품에 안으실 때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한한 사랑이 흐르는 듯했다. 그 사랑은 오래도록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그분이 품었던 믿음은 누구보다 깊고 진실했다. 돌아가시기 전 숨을 가쁘게 몰아쉬시며 힘겨워하던 모습도 내 눈에 선하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하느님을 굳게 믿고 기도하셨던 그분의 모습 때문에 좋은 곳에 계시리란 희망과 위로로 마음을 다잡았다. 믿음은 그분과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강한 다리였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어느새 그 사랑스러운 증손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는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 변화를 지켜보며 세월이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 역시 50대 중반에 접어들어,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연말과 연초가 되면 더욱 선명하게 마음을 스친다. 한 해의 마지막날 돌아가신 그분의 그 시간이 더욱 기억을 애틋하게 만든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조용한 외할머니의 모습과는 달리 그 뒤 소파에는 손주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장난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 대비가 한층 나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삶의 고요함과 활기가 한 공간에 공존한다는 것, 죽음에 다다른 고요함 속에서도 생명의 에너지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이 사진은 조용히 말해준다. 이 모습이야말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깊은 감정의 한 조각 아니었을까.
외할머니는 그날 사진 속에 담긴 정적인 눈빛 너머로, 아마도 우리 손주들의 행복한 웃음과 온기를 느끼셨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사랑과 행복이 고요한 마음을 채워 평화로 가득하셨기에, 그 먼 곳에서라도 우리를 지켜봐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삶은 가끔 너무 버겁고, 시간은 참 무심하게도 흘러간다. 하지만 나는 외할머니가 남겨준 그 미소와 믿음이 내 안에 깊게 뿌리내렸음을 느낀다. 아픔과 슬픔 속에서도 사랑으로 견디고, 또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말 없는 가르침을 배웠다. 그 가르침이 또 다른 세대를 이어, 우리 가족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오늘도 나는 외할머니의 미소를 떠올리며 그 사랑을 나누고 싶다. 세상의 무게가 때론 가벼워질 수 없지만, 그 미소와 믿음이 나를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 다시 하루를 시작해본다. 미소를 짓는다는 것, 그것이 삶에 닿는 가장 따뜻한 손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다리가 된다.”라는 글귀가 오늘따라 더욱 마음 깊이 와 닿는다. 그 다리를 건너, 외할머니의 미소와 믿음은 우리에게 영원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이젠 멀리 계시지만, 그 사랑과 믿음의 빛은 가족의 마음을 이어 주고 삶을 따뜻하게 품어 준다. 그 미소를 가슴에 간직한 채, 오늘도 나는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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