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May 10. 2022

100일 동안 머물렀던 최고의 어머님표 산후조리원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산후조리원은 없습니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2주 동안의 생활이 거의 끝나갈 때쯤 어머님이 가족 밴드에 사진과 함께 짧은 메시지를 올려놓으셨습니다.


제일 부실한 산후조리원이지만
싸게 줄 테니 얼른 와요~!


어머님은 저와 아기를 맞을 방을 꾸며 놓으시고, 제일 부실한 산후조리원이지만 싸게 줄 테니 오라며 웃으며 농담을 하셨습니다. 어쩌면 최신 시설을 비롯해 매끼 호텔식처럼 나오는 조리원 생활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여겼던 어머님의 진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주고 또 주고, 가진 것 다 내어 아낌없이 주어도 항상 모자라다 여기는..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 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최고의 어머님표 산후조리원 >




늦은 나이에 결혼해 양가 어머님들의 연세가 있다 보니 원래 계획은 조리원 생활 후 산후도우미를 몇 달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님이 저만 불편하지 않으면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친정이나 주변에서는 시댁에서의 몸조리를 우려했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리 친한 고부사이라 해도 오랜 시간, 그것도 어머님의 일방적인 희생이 불가피한 일이니 그런 기우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그로 인해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을 테니. 그런데 사실 전 그저 어머님에게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지 다른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한 지 1년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그런 축복받은 고부 관계라 믿고 있었기에 주변의 우려에는 그저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하루도 빠짐없이 생과일주스를 갈아서 챙겨주는 것만큼이나 어머님의 마음 또한 한결같으셨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함께 지내다 보면 불편하고 부딪힐 일도 많은 법입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덕분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더 깊어졌던 듯합니다.

< 백일까지 직접 목욕시켜 주신 손녀를 향한 어머님의 사랑 >




침대 생활하는 며느리 허리 아플까 봐 세 겹 네 겹 정성스럽게 깐 요와 목화솜을 넣어 손수 마련해 주신 아기 이불 세트.. 그냥 따뜻한 물이면 될 텐데 여름에 태어난 딸을 위해 그 무더위에 100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물을 팔팔 끓였다가 식혀서 정성스럽게 시켜주시는 목욕..


산모는 밥을 잘 먹어야 되니 밥이 맛있어야 한다며 매끼마다 새로 지어주시는 밥.. 미역국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 먹어도 상관없는데 혹여라도 질릴까 봐 소고기, 황태, 굴, 닭고기 부재료를 돌아가며 바꿔 끓여주시는 미역국..


7월 초부터 삼복더위를 지나 가을에 들어설 때까지 어머님은 매일 한결같이 저와 딸을 위해 정성을 쏟아 주셨습니다. 어머님은 친정 엄마가 산후조리를 석 달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 영향으로 인해 두 딸과 며느리의 산후조리에 진심이셨던 듯합니다.


아이가 생후 100일이 될 때까지 시댁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저는 집이 아닌 친정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내려간다고 하니 아이를 위해 손수 백일상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 백일 기념사진 찍으려 했더니 잠만 자는 딸 >


늦둥이 막내가 늦게 결혼해 열 번째 손주를 안겨 드렸더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제 딸이 태어나던 해는 아버지가 80세, 엄마가 73세가 되던 해였습니다. 친정에서 보름을 머물다가 그제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렇게 산후조리원 2주를 포함해 전 무려 넉 달을 양가 어머님의 지극정성 속에서 산후조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넉 달 동안 산후조리를 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어쩌면 제가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내리사랑을 많이 받은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이, 사랑을 나눠 줄 수 있음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




출간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머님에게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제 브런치 구독자이기도 한 어머님은 실시간으로 며느리의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며느리가 고맙기도 하,  한편으론 건강이 걱정되셨나 봅니다.

< 어머님 이제 건강 더 잘 챙기며 지낼게요 >


출간 마무리로 바빴던 4월의 어느 주말, 남편과 딸만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도착한 남편의 양손엔 어머님이 챙겨주신 음식, 아니 사랑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며느리가 좋아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밥만 해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된장찌개와 생선구이도 챙겨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홍삼진액까지.. 어머님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 이것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어머님의 사랑  >


어머님~!
어머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우리 린이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 테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ByJun의 'Sincerely'

https://youtu.be/_RRM_fgGMpY


ByJun의 'Your story'

https://youtu.be/zrOV4E3K-W4




신작 에세이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북트레일러 ]

<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북트레일러 2편 >
<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북트레일러 1편 >

https://brunch.co.kr/@alwaysbehappy/169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 EVENT&채널예스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