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서 멀어진 사람

관계 경험치 쌓기, 조용한 단절

by 끌레어

거의 1년쯤 된 일이다.

정말 좋아해서 친동생처럼 대하던 친구가 있었다. 함께 여행도 가고, 집에도 초대하고, 결국엔 내가 일하는 직장에도 추천해서 같이 일하게 됐다.


일하는 분야는 달랐지만 같은 공간에 있었고, 그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직장 생활이 즐거웠다. 그만큼 좋아했고, 신뢰했기 때문에 내 일상 깊숙한 곳까지 초대했던 거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점점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내가 100%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직장에서의 업무 영역이 달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그 친구가 겪고 있는 무게를 완전히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 친구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불편함을 표현하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기에,

그 상황은 더 당황스럽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저 조용히 ‘거부당했다’는 느낌만을 받았다.


결국 그 친구는 직장을 그만뒀고,

그 이후로 만나게 된 지인의 결혼식에서도 나를 필사적으로 피하는 그 친구를 보며 나는 서둘러 도망치듯 식장을 나와 함께 집에서 왕창 혼술을 했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정말 가까웠던 사람이 단 한순간에 등을 돌리고 사라져 버렸다. 좋아했던 만큼 깊이 상처받았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나를 흔든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그 친구를 아꼈던 만큼, 상대도 같은 마음으로 있어줄 거라는 기대는 결국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 친구도 내게 더 많은 걸 기대했지만 내가 그만큼 보여주지 못해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았던 걸까.

결국 닫혀버린 그 관계는 이따금씩 떠올라 한숨을 짓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꾸 스스로에게 묻는다.

일은 과연 나에게 성장의 기회였을까,

아니면 사람을 조심스러워지게 만든 씁쓸한 사건일 뿐일까.


예전에도 언젠가 사람 간의 일로 지쳐 할머니께 하소연했다.

어른이 되고도 이렇게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 몰랐다는 나의 말에, 할머니는 그건 90살, 100살에도 똑같다며 사람이라면 응당 끓임 없이 겪는 일이라고 나름의 위로를 건네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부쩍 요즘 혼자만 있고 싶다.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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