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아기의 깨우침

가능성 쌓기, 편안함과 시작 사이

by 끌레어

최근 시작한 밴드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꽤 계신다.

40대에서 50대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분들은 나를 볼 때마다 꼭 아이 대하듯이 대하신다.


“와, 좋겠다.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잖아.”

“시간 많을 때 해봐야지, 하고 싶은 거 다.”


그 말들은 전혀 기분 나쁘지는 않지만 들을 때마다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나 스스로는 지금까지 꽤 많은 시간을 우당탕탕 치열하게 보냈고, 어느 정도는 세상의 쓴맛도 보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아직도 아이라니!


그러다 곧 깨달았다. 나도 학원에서 20대 초반 아르바이트 선생님들에게 비슷한 말을 자주 한다는 걸.


뭐든 도전하세요.”

다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응원이기도 하면서 사실은 조금의 부러움이 담겨있다.


이런 시선들과 말들은 지극히 상대적인 것임을 이해하면서도 내 안에선 또 다른 질문이 피어오른다.

혹시 지금 너무 안주하고 있는 걸까?


물론 나는 지금이 좋다.

20대의 나는 꽤 많이 방황했다.

불안했고, 늘 흔들렸고,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도 몰랐고,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기대했다.

지금은 적어도 어떤 환경에서 내가 편한지, 어떤 관계가 나를 지치게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상태다.

그래서 많이 편안해지고 단순해졌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편안함 속에 너무 깊이 눌러앉아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러다 이제 90대 중반을 향해 가고 계신 정정한 우리 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가 보시기에는 30대 중반의 나도, 60대인 우리 아빠도, 어쩌면 여전히 ‘아이’로 보이지 않을까.


시간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를 향해 흐르며,

누군가에겐 우리는 항상 젊고, 항상 부러운 존재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누군가가 바라보는 '가능성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시선에 부끄럽지 않게,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깨어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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