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쌓기, 다시 취미 생활
마지막으로 직장인 밴드에서 노래를 불렀던 건 벌써 2년 반 전쯤이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노래를 잘하고 합주하며 즐거움을 느꼈던 순간보다, 공연 시 가사를 몇 번이나 잊어버렸던 순간들이다.
그래서 다시 밴드를 한다는 게, 다시 노래를 한다는 게 망설여졌다.
그때처럼 좋은 사람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또 가사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두려움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붙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주말마다 늘어져 있는 내 모습이 더는 보기 싫어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기분. 늘어져 있을수록 덕지덕지 붙어가는 살.
이러다 그냥 재미없는 뚱뚱한 아줌마가 되는 건가. 점점 불안했다.
노래는 항상, 그리고 여전히 하고 싶었다. 창피함보다는 용기를 끄집어내야 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새로운 직장인 밴드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오디션 날이 다가올수록 ‘가기 싫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는 거다. 노래가 싫은 것도 아니고, 밴드가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다시 나를 꺼내 보여주고, 나를 판단받는 순간이 겁이 났다.
약속을 안 지키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누워 있기보다 뭐라도 하고 오는 게 좋지라는 생각으로 몸을 겨우 끌고 그 자리에 나갔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놀랍게도 돌아온 반응은 따뜻했다.
“노래 잘하시네요.”
“왜 이제 오셨어요.”
그저 예의 상으로 하는 말일지라도,
단순하고 평범할 수도 있는 말들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런 말 듣는 게 정말 오랜만이구나.'
'나도 이런 칭찬을 듣고 싶었구나.'
집에 오는 길에는 학생들도 떠올렸다.
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아이들.
그 애들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나는 어떤 말을 얼마나 해주고 있을까?
나도 이제는,
혼내는 사람보다는 가끔은, 아니면 그것보다 더 자주,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날 연습이 끝나고, 다른 멤버들의 합주를 더 보고 가도 된다고 했지만, 괜히 다른 일정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먼저 나왔다. 오디션이라는 것을 앞두고 너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 터였다.
다음에 그들을 만날 때까지 조금 더 에너지를 충전해서 오리라 다짐하고 합주실을 떠났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큰 도전을 한 자신에게 칭찬의 한 마디를 추가하니, 생각지 못하게 꽤나 뿌듯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