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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어 Feb 21. 2017

사랑, 사랑, 사랑을 말하는 드라마

최고로 애정하는 미드 '길모어걸스'의 로리와 제스가 보고 싶다!

미국 드라마 'Gilmore Girls(길모어걸스)'는 2000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장장 7년에 걸쳐 시즌 7까지 미국에서 방송되었다. 그리고 방영 당시에도 많은 인기를 받았던 이 드라마는 10년이 지나 작년 'Gilmore Girls : A Year in the Life (길모어걸스:한 해의 스케치)' 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서 스페셜이 방송되기도 하였다. 10년 전 에피소드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게 되어 지금의 어린 세대층에게까지 다시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 또한 길모어걸스를 최근에 다 보았다. 그리고 확신컨대 이 드라마는 앞으로도 영원히 내게 '1등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다이내믹한 사건, 풀리지 않는 갈등, 때려주고 싶은 악역, 엄청난 반전과 같은 것들은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지만 길모어걸스는 시즌 1부터 7까지 가족, 사랑, 우정, 꿈 모든 것들에 대해 마치 우리의 삶처럼,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듯한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제부터 나오는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길모어걸스의 두 길모어. 로렐라이 길모어(좌), 로리 길모어(우)

처음에는 드라마의 두 주인공인 로렐라이(엄마)와 로리(딸)가 너무 보기 좋아서 계속 볼 수밖에 없었다. 싱글맘 로렐라이는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곧게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딸 로리를 키워낸다. 로렐라이와 로리는 모녀이기 이전에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였으며 그 모습이 참 예뻤고 또 부러웠다. 똑같은 푸른 눈을 가진 이 예쁜 두 배우가 없는 길모어걸스는 상상할 수도 없다.


제스(좌) 로리(우)

그러나 내가 위의 두 사람보다 더 애정하는 길모어걸스의 커플은 로리와 제스다. 7년에 걸친 드라마이기에  주인공 로리 또한 드라마 속에서 고등학생으로 시작해 마지막 시즌에는 성숙한 사회인이 되는데, 실제 우리의 삶이 그렇듯 로리 또한 드라마 속 7년 간 몇 번의 연애를 거친다.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 미국에서는 로리의 남자 친구들에 따라 시청자들끼리 팀이 갈려 이슈가 되었다고 하는데, 만약 내가 당시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면 나 또한 많은 이들이 응원했던 'Team Jess (제스 팀)'에 속하고자 했을 것이다.


제스는 삐딱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사실은 똑똑하고 충분히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숨기고 벽을 세우는데 익숙하다. 쫓겨오듯 이사 온 'Stars Hollow(스타즈 할로우)'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사랑을 받는 로리를 만난 게 된다. 로리는 착하다. 하버드를 꿈꿀 정도로 똑똑하고 또한 사랑스럽다. 착한 남자 친구 'Dean(딘)'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스와 함께 대화하는 것이 더욱 즐겁다. 둘에게는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도 있지만 또 서로가 너무나 다르기에 다른 그 두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어느 누가 봐도 예쁘다.


(데이트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 Paris와의 대화)

PARIS: How do you know if a guy is right for you?

어떻게 그 사람이 나랑 맞는지 알 수 있어?

RORY: You just have to feel it. You will know, okay? You just have to let it happen. And then, probably when you're not looking, you'll find someone who compliments you.

그냥 느끼면 돼. 알게 될 거야. 그냥 지켜봐. 그러면 어느샌가 널 채워줄 사람을 찾게 될 거야. 

PARIS: Meaning?

무슨 뜻이야?

RORY: Someone who likes what you like, someone who reads the same books or listens to the same music or likes to trash the same movies. Someone compatible.

네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너와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영화를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 너와 뜻이 맞는 사람.

(시즌 3-1 中)



결국 로리는 제스를 선택했지만 둘은 오래 만나지는 못한다. 어느 누가 방해해서가 아닌 생각보다 제스의 상처가 깊었기 때문이다. 온갖 명문대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는 로리에 비해 제스는 그동안 학생으로서는 너무나도 책임감 없는 생활을 해왔다. 로리 앞에서 떳떳할 수 없었고, 로리에게 기댈 수도 없던 제스는 아무런 말 없이 홀연히 떠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렀지만 둘의 타이밍은 지독히도 맞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제스는 대학생이 된 로리에게 갑자기 찾아와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또다시 떠난다. 제스는 떠날 때도 사랑한다고 말할 때도 일방적이었다. 또 그가 떠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다 추스르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로리에게 찾아와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며 함께 떠나자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로리는 이제 다른 삶이 있다. 현실을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명문대생 로리가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버리고 제스를 따라갈 리가 없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로리는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자신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생활수준 또한 비슷한 그런 남자 친구가 옆에 있다. 그리고 변했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러하듯 로리 또한 청춘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공부와 책에서 떨어져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 제스는 자신이 쓴 책을 보여주고자 로리를 찾아오고 변한 로리의 모습에 아무도 로리에게 하지 않던 쓴소리를 한다. 제스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또렷한 목표를 가지고 착실히 살던 로리의 모습을 볼 수 없음에 화를 내고 로리는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다시 힘을 내기로 한다. 로리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하기에 할 수 있는 제스의 역할이었다.


둘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다시 함께하지는 못한다. 로리는 대학 생활을 하며 만난 '로건(Logan)'과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가장 깊고 긴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가장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커플은 앞서 말했듯 제스와 로리였다.


2016년 11월 방영된 '길모어걸스 : 한 해의 스케치'에서 시간이 흐른 뒤 제스와 로리.


제스와 로리는 같은 것을 좋아하고 바라봤으며 그런 서로를 발견했다. 그래서 서로를 더 잘 이해했고, 그렇기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함께 꿈을 꾸었기에 시간이 지나도 항상 응원하고 싶은 서로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둘은 제대로 된 이별을 한 적이 없어 더욱 안타까웠고 그래서 팬들도 계속하여 희망을 품었던 것 같다. 드라마 일 뿐이지만 7년, 그리고 작년에 방송된 스페셜 방송에 걸쳐 이어진 이 둘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타이밍의 아이러니함, 지난 연인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끝내 이어지지 않아 너무나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응원하는 두 사람이기에 마지막까지 참 예쁘고 아련하다.


제스의 마지막 눈빛은 'long over'라는 대사와는 달리 모든 것이 아직 끝난 것처럼 보여지지는 않는다.


(로리와 제스가 뭔가 기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Luke: What was that all about?

아까 다 뭐였어?

Jess: Oh, just a thing bewteen us.

그냥 우리들 일이야.

Luke: Between you?

너랑?

Jess: A work thing between us.

'일' 때문에.

Luke: A work thing, huh? So then, you are over that, right?

'일'이라... 그럼.. 이제 다 잊은 거지?

Jess: Yep. Long over.

응. 오래 걸렸지.

(길모어걸스 : 한 해의 스케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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