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shica T4 Safari, Fuji C200 / Seoul, S.Korea - Dec
언젠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조카를 엄마 대신, 할머니 대신 자원해서 마중 나간 적이 있다.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와 버스에서 딱- 내렸는데! 삼촌이 딱- 있으면 엄청 놀라겠지? 흐흐
애기 웃는 모습 그거 하나 보려고, 1시간을 내내 두근두근하며 기다렸다.
...
언제 오지~
...
언제 오지~~
...
아-! 저 버스인가?
아니네..
...
아!! 드디어 우리 애기 보인다~
...
조카는 버스에서 내려 삼촌을 발견하고 성큼성큼 뛰어온다.
음. 근데 생각보다 놀란 모습이 아니다.
삼촌: "혹시 오늘 삼촌이 마중 나오는 거 알고 있었어?"
조카: "응"
삼촌: "어떻게 알았어?"
조카: "아침에 엄마랑 할머니랑 속삭이는 거 들었어"
삼촌: "아..."
(이 조그마한 머리에도 다 계획이 있구나..)
삼촌: "근데 이거는 몰랐지?" "자~ 선물~"
조카: "우와 아아~@#$@^!@#$@^@$%"
그렇게 펄쩍펄쩍 뛰는 조카에게 "한 장만 찍자~ 한 장만!!" 사정사정해서 귀한 한 장을 찍었다. 웃는 모습 봤으니 일단 미션 성공이다.
@ 기다리면서 왔다 갔다 하는 유치원 차량들을 한 없이 지켜보다 보니까, 유치원 종류가 엄청나게 많더군요. 와우.
그냥 보면 단순히 흔들린 사진이긴 하지만, 나름 거창하게 보면 '인상주의 사진'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인상주의란 19세기 말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생긴, 과장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 아닌 그저 인간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미술 화풍을 말한다. 눈에 보이는 대로라고 해도, 사진 같이 정확히 그리는 사실주의는 아니다. 날씨에 따른 태양 빛의 일렁 거림이나,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 공기에 의한 색의 번짐을 한 장의 그림에 그대로 담는 화풍이다. 이런 점이 인상주의가 더 순수하고 또 인간이 보고 있는 사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개념을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삼촌을 발견하고 반갑게 뛰어오는 아이의 3초와, 조리개를 열고 빛과 시간, 색 모두를 기록했던 카메라의 1/2초. 인상주의의 모든 조건이 사진에 다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