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전부더라.
아무튼 말도 안되는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연애가 그럴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말이 되지 않는 연애. 그런데 아무것도 거스를게 없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
롱디. 장거리연애는 처음이다. 도대체 옆에 있지 않는데 어떻게 연애가 성립한다는 말인가. 나는 도무지 장거리 연애란 어떻게 구성되고, 이어져나가며, 발전하는지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이었다.
반년째 이어가는 롱디. 매일 연락을 하지 않는 날도 있다. 싸우는 날도 있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롱디는 사랑으로 유지되는게 아니라 신뢰로 유지되는거더라. 상대의 행동이 쌓여 신뢰를 만드는게 아니라 둘이 서로를 믿기로 선택해 나가는 순간들이 모여 사랑이 되는거더라. 쓸데없는 의심에 에너지를 쓰기보다 내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만났다 헤어지는 순간은 늘 힘들지만, 늘 다음을 계획하고 미래를 그리게 된다. 하루종일 일상을 공유하지 않지만 모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의미가 있는 말이 된다. 연애 안에 있느라 나를 지우는 순간이 없고, 독립적으로 연애하는 방법을 배운다.
연말 휴가를 맞아 그를 만나러 가는 길. 롱디가 끝나기 전 마지막 함께하는 시간이다. 6주의 인도와 태국여행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