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그렇게 나는 스스로 기업이 되었다, 최윤섭

1인기업, 삶의 주인이 되는 방식

by 부지러너
그렇게 나는 스스로.jpg


아빠는 내가 이과에 갔으면 좋겠다고 중학교 때 말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과학경시반에 들어가 과고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고, 그 대신에 진학했던 외고에서 고1 말에 다시 이과를 선택했다. 아빠는 내가 치과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성을 살려 죽을때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바랬다. 헬기를 조종하는 아빠는 전문성을 갖는 다는게 경쟁사회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최후의 울타리로 작용했다고 믿었고 나에게는 더 크고 강한 울타리를 만들라고 조언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수능 점수에 맞춰 과를 골랐을 때도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니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과에 들어갔고 다행히 공대에서 흔히 말하는 삼대장(전화기, 전자/화학/기계)과여서 그런지 전공을 살려 취직도 했다. (물론 이젠 삼대장이 바뀌었겠지만) 취직을 해서 지방 공장에 엔지니어로 일한지 2년이 다 되어갔을 때 나는 20대의 마지막 나날들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었다. 전혀 가슴이 뛰지 않았고 내가 그 동안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온 결과가 하루하루의 불행이 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매우 운이 좋게도 나는 그 해 말 본사로 발령 받아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서울 본가에서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것과 여자친구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게 그렇게 회사를 다닌지 5년이 지났다.

70740071_155364248888452_5812179489907340941_n.jpg?_nc_ht=scontent-atl3-1.cdninstagram.com&_nc_cat=104


"나는 조직에서 본질적인 일을 하기위해서 너무도 많은 비본질적인 일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근무할수록 조직이라는 허상을 위해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내인생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었다."
"CEO지시사항은 전후맥락과 배경설명 없이 보통 서너 문장으로 요약돼 직원들에게 전달된다. 이 순간부터 이 진리의 문장을 해석 및 그 속에 담긴 의도, 정치적 배경, 각 단어와 행간에 담긴 심오하고도 오묘한 함축적 의미, 숨겨진 통찰력을 파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머리를 쥐어짜며 슬라이드를 만든다. 이를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고 깨지고 수정한 뒤 다시 보고하고 깨지고를 수 없이 반복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수십 번째 버전의 보고자료에는 정작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사라지고 중간 임원의 구미에 맞는 보고서만 남게 된다."


책을 읽는데 소름이 돋았다. 내가 5년간 해온 일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작가가 내 머릿속 생각을 표절했다고 오해할 정도였다. 내가 하는 일들은 주로 지시사항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루프가 무한반복되는 일들이었고 난 항상 스스로 도태되어 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대외경쟁력이 1도 생기지 않는다는 느낌이었고, 이직 시장에 내세울만한 경력은 1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보고서 잘 쓰는 법으로 강의나 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그걸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기도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힘들었다. 사실 어떻게 실천해야할지도 잘 모르는게 더 맞겠다.


office-1356793_960_720.png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읽었던 책과 여러 네트워킹을 통해 나의 삶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내 스스로 정한 목표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매년 초 연간계획을 수립하고 스스로를 절차탁마 했지만, 며칠 혹은 몇 주만에 목표는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이렇게 까지 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설득하고 또 합리화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같은 목표도 삶의 태도를 바꾸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니 더 이상 해야하는 의무나 미션이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다.


"1인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자기통제 혹은 자기규율이다. 엄격한 규율하에 자신을 스스로 절제하고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1인 기업가로서 성공할 수 없다."
"1인 기업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이며 일종의 철학이고 마인드셋이다. 지금은 비록 조직 속에서 평범하게 다른 직장인들과 똑같이 일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본인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서 충분히 1인 기업으로서 일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사의 이익을 위해 조직간 협조와 시너지가 당연한 것일진데 누군가는 업무요청에 굉장히 날카로운 반응을 보내는 반면 누군가는 호의를 가지고 내가 요청한 것 이상을 회신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기억 속에 각인이 되어 누군가가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거들며 칭찬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회사 내에서도 이미 개인 브랜드를 잘 Selling하고 있었다. 무엇이 달라서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하게 된 것일까? 내 일이 많아지는 게 귀찮고 싫었을텐데. 그치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누군가로부터 요청을 받은 순간 그 요청이 내가 누군가에게 요청한 순간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요청에 대할 지 명확히 답이 나온다. 결국 누군가에게 나중에 칭찬을 받거나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에게든 효용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그런 사소한 곳에 있었던 것이다.


motivation-2207736_960_720.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삶의 태도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점점 깨닫게되면서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프로젝트가 내게 맞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지 찾는 과정이자, 사이드 프로젝트가 메인 프로젝트로서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을지 테스트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흔히들 회사 안에서 하는 농담이 "밖은 춥다"라는 건데, 정말 그냥 추운게 아니라 혹독하게 춥다는 비유를 통해 조직 내 순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선택임을 은연중에 강조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흔히들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뜻이기에, 사이드프로젝트가 잘 돌아가서 주부전환의 시기를 앞당기는 게 그나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1인 기업을 준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홀로 설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시기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조직 밖의 나'보다 더 커지는 때가 오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든지 간에 자신만의 수익 모델을 통해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테스트를 해야 한다. 언젠가는 조직에서 받는 월급보다 강의, 자문이나 인세 등으로 외부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많아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예전 같으면 월급이라는 하나의 큰 덩어리의 배급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소소한 여러 개의 배급과 함께 낚싯대를 여러 개 드리운다. 수입처가 다변화돼 있으므로 생각만큼 많이 불안정하지도 않다."
"1인 기업가로서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필수 역량이라면 무엇보다 전문성이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 없으면 프리롤, 퍼실리테이터 등 이런 개념들은 모두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운이 좋으면 계속 이런 역할을 맡을 수도 있겠지만, 전문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언젠가는 열매를 맺고 워킹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언제든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못해 더 클 수도 있지만) 하지만 선뜻 내가 1인기업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확신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바로 전문성에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대체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특별함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키 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쌓여가기도 하겠지만 정작 전문성이 아니라 돈 혹은 프로젝트에만 몰입한 나머지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간과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유념해야겠다. 그럼에도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 것이고 흔들릴 것이지만 그 굴곡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고 시련을 통해 얻는 것은 더 큰 내성과 함께 나이테를 만들어 낼 것이기에 언젠간 그 어떤 사람보다 내 자신을 믿는 힘이 굳건한 1인 기업이 되고 싶다.


"우리는 스스로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때 더욱 유연하고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고 즐기며 함께 춤을 추며 살아가야 한다. 1인 기업가는 그렇게 하기 위해 최적화된 존재들이다."


일하는 것이 설렐 수 있을까? 일인데 설렌다면 그게 이상한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걸 보면 적잖이 쇄뇌를 당해왔었나 보다. 혹자는 말한다. "그렇게 자주 설레면 심장 터져." 터지라지. 그렇게 설레서 터지는 심장이면 수십번도 터뜨리고 싶어진다. 일을 하면서 설렌다는 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나를 찾는 일이자 내가 스스로 역량을 신장하고 내 삶의 방향을 옳게 잡고 걸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현재 행복하면 미래는 더 행복할 것이다. 미래의 조건부 행복을 위해 희생되는 현재가 불행해지는 사람치고

미래에 행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성공한 사람은 언제나 오늘 지금 이 순간 행복하더라.


0002_copy1.jpg


"자신만의 길을 가는 우리에게 허용된 유일한 비교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근원적인 만족감은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가장 큰 위험부담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며 원치 않은 일에 평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가장 의미있는 일에 써라.
작가의 이전글[책리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