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 #3 너와 함께 가고 싶은 곳

by 부지러너


BGM: Glen Check - Paint It Gold



안녕 우리 딸

벌써 너에게 쓰는 세번째 편지구나

오늘은 너와 함께 가보고 싶은 곳들을 이야기해볼까 해



첫번째 장소는 사실 이미 너와 함께 한 번 다녀온 곳이기도 한데, 바로 중림동에 있는 약현성당이야. 엄마와 아빠가 연애하던 시절에 아빠는 울산에 있는 공장에서 근무 했었고, 매주 주말 데이트를 즐기고 일요일 저녁 기차를 타러 서울역에 갔단다. 그때마다 엄마아빠는 약현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기차를 타러 갔었어. 사실 약현성당은 아빠가 수능시험을 준비하던 재수학원 앞에 있는 성당이고 아빠가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던 곳이야. 그와 별개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성당인데다가, 성전이 매우 예쁘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도 많이 나온 곳이기도 하지. 그런 이유로 엄마와 아빠는 매주 약현성당에 갔었고 아빠의 제안으로 매년 연애를 시작한 기념일 (10.13)에 똑같은 포즈와 구도로 사진을 남기기로 했단다. 그렇게 벌써 7년째 사진을 찍었고 100일 된 너를 데리고 가서 7번째 사진을 찍었지. 너의 첫 외출이기도 했고^^ 앞으로도 매년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ritual이 될거야. 매년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


photo-1620574542357-31f5a14a2416?ixlib=rb-4.0.3&ixid=Mn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x8&auto=format&fit=crop&w=1000&q=80 매년 같은 곳에서



두번째로 너와 함께 엄마아빠가 다녔던 학교에 가보고 싶어. 엄마아빠가 연애할 때 서로의 초중고등학교를 가보고 어떤 추억을 가지고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야기 나누었는데, 너에게도 엄마아빠의 어린시절을 함께 공유해주고 싶어. 네가 쌓아나갈 추억들이 엄마아빠의 그것과 같으면 같은대로 또 다르면 다른만큼 더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 다른 시대에 사는 다른 세대이지만 부모와 자식의 연을 통해 가족이 된 우리가 세월을 초월해 공유하는 추억들로 접점을 만든다는 게 아주 신기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점점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너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그런 경험들이 더 중요해질 거라 믿거든. 그리고 엄마아빠도 부모이기 이전에 너처럼 어린아이였고 청소년이었다는 사실을 너가 인지하고 있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



사랑하는 우리 슬이와 가보고 싶은 또 다른 곳은 엄마아빠도 가보지 않은 곳들이야. 매번 너와 함께 가는 곳이 엄마아빠의 추억이 있는 곳이거나 엄마아빠가 다녀온 곳이라면 항상 너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함께 할 수는 없을테니까, 우리 셋 모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 산, 바다, 도서관, 거리, 카페, 식당 등 모두가 함께 신나고 놀라고 감동하는 그런 곳에 가보고 싶어. 그런 의미에서 엄마아빠보다는 주로 슬이 네가 가보고 싶은 곳이 우리가 가보고 싶은 곳이 될 것 같아. 그 또한 엄마아빠에겐 매우 즐겁고 신나는 일이 될 것 같구나.



마지막으로 아빠는 우리 슬이가 학교가는 등교길, 친구들과 가는 분식집, 뛰어노는 운동장, 공부하는 독서실, 지름신을 부르는 쇼핑몰에 같이 가보고 싶어. 우리 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지 알고 싶고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편한 장소에 가고 싶어. 부모와 자식의 관계지만 서로에게 기울이는 관심과 사랑은 two-way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엄마아빠는 우리의 이야기를 너에게 하는 만큼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어쩌면 사춘기 퉁명스러운 딸이 되어 너의 방조차 못 들어가는 날들이 올지도 모르지만, 우리 딸이 언제든 마음을 열고 엄마아빠를 맞이할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설령 너의 방 침대 한켠이라도 그 곳이 제일 가고 싶은 곳이 될거야.



사랑하는 우리 딸 슬아~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는 네가 참 사랑스러워

이젠 잡고 일어서는 데 익숙해져서 곧 혼자 설 수 있을 것 같은데, 너와 함께 다니고 싶은 곳이 많으니 언능 걷고 뛰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앉으면 서고, 서면 걷고, 걸으면 뛰는 걸 바라기 보다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우리가 되자꾸나~



오늘도 사랑해, 고마워♡



IMG%EF%BC%BF20210213%EF%BC%BF101517%EF%BC%BF944.jpg?type=w1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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