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회사에서 부서이동을 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 골프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였다. 선배들의 숱한 권유에도 골프라는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는, 어느새 쌓인 연차와 조직 구조상 더 이상 골프를 미룰 수 없는 때라 생각해 시작하게 되었다. 애초에 다이내믹한 스포츠를 즐겨하는 나는 슬슬 걸어 다니는 골프가 재밌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골프를 시작하고도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고 나가지 않는 진도에 이리저리 날아가 버리는 공들을 바라보며 정말 재미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새벽 5시 반이면 골프장에 나가 하루 150타 이상 휘두른 결과였을까? 점점 나아지는 실력에 조금씩 재미가 붙었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 필드에 나가게 되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필드에서 엉망진창일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용기를 내었다. 물론 예상한 대로 잘 치진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샷들도 만들어 내고, 골프라는 운동이 연습장에서 그물만 보고 치는 재미없는 운동에서 자연의 정기를 받으며 풍류를 즐기는 운동임을 느낀 것 만으로 수확이었다. 처음 필드에 나간 날을 추억으로 떠올릴 그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부지런히 다시 연습장에서 동기부여된 나를 발견한 오늘 아침 다시 흐뭇해진다.
태어난 지 617일 되는 사랑스러운 '윤슬'의 어린이집 가는 첫날 아침이다. 임신해서 출산하고 젖먹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마음대로 안되면 성질도 부리고 몇몇 단어를 말하면서 귀여움 포텐을 터뜨리는 딸이 인생 최대의 도전을 맞닥뜨린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걱정이 앞선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속에서 울음을 터뜨리진 않을까, 집에 가겠다고 떼쓰진 않을까 우려가 되면서도 21개월 딸의 세상으로의 첫 도전에 한껏 기대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할 첫 사회생활이겠지만,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의 처음과 도전의 경험을 무수히 반복하며 한 층 성장해 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
인생은 때론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처음을 무수히 경험하며 변주가 일어난다. 처음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오는 힘은 그 기억을 진하게 새겨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경험의 발자국을 남긴다. 앞으로 더 많은 '처음'을 만드는 인생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