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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근 Oct 01. 2019

산호(Dying Coral)

아직 살아 있는 산호를 생각하며

색상을 개발 관리하며 표준화하는 기업인 팬톤에서는 해마다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서 발표한다.

팬톤에서 정한 색깔은 패션과 디자인 업계에서 트렌드를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가 주목해야 될 정치적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2019년의 색은 Living Coral로, 살아있는 산호의 색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했다.

살아있는 산호의 색깔은 정말 아름답다.

(너무 예뻐서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몇 달째 꾸준히 팬톤의 리빙 코럴이 차지하고 있다)

팬톤에서 이 색을 선택한 이유는 슬프게도 지구 상의 산호들이 이 순간 대규모 멸종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간 전 세계 산호의 50%가 죽었다.

해양생물학자들은 앞으로 약 25년에서 30년 동안, 즉 2050년이 되기 전까지 대략 95% 이상의 산호가 폐사하여 사실상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산호는 지구 생태계에서 뿌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해양 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조류를 키우고, 산호 내부의 조류들은 광합성을 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고, 때로는 연안의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어류들에게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하고 치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약 25%의 해양 생물들이 직접적으로 산호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5억에서 10억 명의 사람들이 산호와 관련된 직접적인 먹거리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산호의 멸종은 단순히 하나의 종이 사라진다는 의미를 떠나서 지구 생태계의 광범위한 붕괴를 의미한다. 산호가 없다면 해양 생태계 전체가 버틸 수 없고, 해양 생태계에 재앙이 닥치면 당연히 육지에 살고 있는 우리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세 플라스틱, 선크림 등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가장 크게 산호를 죽이고 있는 것은 수온의 상승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로 인해 발생한 온실 효과로 인해서 급격하게 바다의 수온이 상승했고, 빠르게 올라간 온도를 산호가 버티질 못한다. 지구의 온도는 100년 전에 비해 약 1도가량이 상승했다. 고작 1~2도 정도가 무슨 큰 차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해수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해서 현재의 바다는 인간의 체온이 올라간 발열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다는 심각한 질병을 끙끙 앓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실효과로 지구로 다시 되돌아오는 태양 에너지의 93%는 바다가 흡수하고 있고, 그래서 지면 위의 우리는 지구 기온의 상승 분에 대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바다는 육지를 대신해 뜨거운 열을 엄청나게 받고 있다. 지금 같은 수온 상승은 유례가 없이 가파르고 높기 때문에 그 어떤 해양 생물체도 적응하기 어렵다. 특히 지구 곳곳의 대양에 넓게 퍼져 있는 산호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학살을 겪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온실효과를 줄이려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소비를 줄이고, 자동차를 적게 타는 것이 필요하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필요하다.

놀랍게도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전체가 야기하는 온실효과보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로 인한 온실효과분이 더 높다. 그러니까 산호가 걱정된다면 식탁 위에서 소고기와 우유부터 치워야 한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산호를 화석으로 만들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다음 세대들의 미래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문제의식도, 실천할 의지도, 행동력도 없어 보인다. 미국 동부 연안의 길이에 맞먹는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초의 무려 29%가 관측된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폐사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기후 변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고, 이건 정부와 기업들의 책임이며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이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도 한다.

이대로 가다간 아마 모두가 죽을 성싶다. 지구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간신히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것이다. 정확한 시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후전문가들의 예측을 포함해 현재의 추세로는 지구 생태계의 대규모 붕괴 및 대멸종은 내 생애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태어나고 있는 자녀 세대가 살아갈 날까지 시간을 확장한다면 거의 100%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인간이 욕심을 줄이고 현재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각성이 없다면 사실상 내가 살아 눈떠 있는 동안 인류의 대부분이 고통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순차적으로 이후 몇십 년을 통해 사실상 인류는 절멸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우리 자녀들은 아마도 끔찍한 괴로움 속에 청장년층을 보내게 될 것이고, 손주 세대들(과연 자녀 세대들이 출산을 할지 모르겠지만)은 지금의 우리가 먹고 마시고 누리는 상당수의 자원들을 도도새나 매머드를 보듯이 책과 이야기 속에서만 확인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덴마크가 단칼에 일축하긴 했지만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한다. 중국은 앞으로 원유를 위안으로 결제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미국은 텍사스유 생산을 최대로 늘리면서까지 통화 전쟁에 승리하여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려고 하고, 그 밖에 자원이 풍족한 나라들도 점점 이민의 문호를 좁히고 있다. 이미 환경 파괴로 살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의 숫자가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수보다 더 많아졌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적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이용하는 정치적 수사를 떠나서 조기에 닥쳐올 수 있는 전 지구적 재난으로 인한 자원 감소와 생존 경쟁을 대비하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같은 흐름 안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중위도 지방에 위치해 있고,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도 없고, 심지어 도망칠 곳도 없는 사실상의 섬나라이다. 그러면서 자원 소모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면적 대비 세계 1위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사태가 터지자 관련 유망 주식들을 올리면서 대박 기회라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부동산 카페 회원들의 모습과,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살처분을 요구하면서 이제 몇 년간은 두툼한 돼지 생고기를 못 먹게 될 거 같아서 너무 우울하다는 SNS 댓글들을 보면서, 오늘 오전 뉴스에서 본 양돈장 안의 비참한 돼지들의 모습과 다큐에서 봤던 하얗게 백화 되어 죽어가고 있는 산호들의 영상이 흐릿하게 겹쳐진다. 어떤 사람들의 추악함과 뻔뻔함에는 정말로 역겨움과 분노가 턱 밑까지 올라온다. 그래도 자고 있는 척하는 사람들은 깨울 수 없지만, 정말로 자고 있는 사람들은 깨울 수 있다고 한다.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과나무를 심든지 뽑든지 간에 뭐라도 해야 되겠지. 


덧1. 산호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만든 '산호초를 찾아서'라는 다큐를 추천. 말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산호가 얼마나 끔찍한 상황에 치닫고 있는지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덧2.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국이면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왔기 때문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해마다 18%의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IMF 때 딱 한 번 18% 가까운 탄소 배출 저감에 성공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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