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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품 Apr 01. 2020

나랑은 관련이 없는 일인 줄 알았다.

어머니께서 카톡 피싱을 당하다..


4월 1일 오늘 , 하필 또 만우절날 

15시경 집에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전화가 울리더니, 갑자기 화내면 전화하시는 어머니.

 "너는 핸드폰 고장 났다고 하더니, 왜 전화가 돼!"


나는 순간 당황하며, 엄마 무슨 말이야?라고 했다.

근데 갑자기 엄마는 딱 하나 스치는 게 있었는지,

아.. 나 이거 당했나 봐..


어머니께서는 카톡 피싱을 당한 것이다.

어머니께 카톡으로 나로 사칭한 계정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말투도 나인 척 어머니 핸드폰으로 문화상품권 70만 원을 결제한 것이다.


나도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이런 일이 나한테 과연 일어나겠어?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일단 바로 어머니께 카드 분실신고를 하라고 말씀드렸고, 그리고 나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이런 일들을 잘 알 것 같은 친구한테 연락을 해서 먼저 카드사에 전화를 하고, 문화상품권 구매를 했던 사이트에 전화를 하며, 마지막으로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 접수를 하게 되었다.


시간이 늦은 탓에 이미 문화상품권은 사용된 상태였으며, 내가 문화상품권 고객센터로 문의하여 알 수 있는 건 단지 사용자의 이름과 아이디뿐이었다. 나머지는 역시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하여 수사가 진행되어야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경찰서도 어머니가 직접 가셔야 했었고,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도와드릴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은 딱 여기까지 였다. 어머니랑 내가 같이 살았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텐데.. 이런 일이 만일 생겼어도 내가 바로 도와줄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진짜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고 분통하고..


이건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전화, 메시지만 사용하지 , 다른 건 잘 사용도 못하는데

나인 척 사칭을 해서 어머니한테 원격조정 어플을 다운로드 받으라고 하며, 어머니 핸드폰을 원격 조정하여  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면서, 구매 진행을 유도하였다.


돈을 잃은 거도 화나는 거지만, 무엇보다 내가 화가 나는 건


자식이 부모님께 돈을 보내달라, 결제를 해달라는데 의심도 안 하고 당연히 자식한테 돈을 바로 보내고 결제를 하지.. 이러지 않은 부모님이 계실까.

이런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심리를 이용하여 돈을 가져가는 행위가 너무나도 화가 났으며, 이런 건 절도나 다름이 없지 않나.


 우리 어머니께 원격조정을 할 테니 손도 대지 말라며 화를 내고 돈을 더 인출한다고 하지 않나, 내가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지 않는데 투정을 부리며 내가 쓰지 않는 이모티콘을 쓰는 등.


내가 한 짓이 아닌데, 카톡 프로필 사진에 내가 있고 이름은 또 내가 뜨니,

내가 한 짓이 정말 아닌데.. 내가 한 것 같은 찝찝하고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다.


참 4월 1일부터 재수 없는 일이 생겨서 너무 기분이 안 좋다.


범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의 부모님을 생각해봐라,


 당신의 부모님이 저렇게 허탕하게 당하시고 억울해하시고 넋이 나가 계시는 것을 상상해보아라.


 당신은 그저 70만 원의 돈을 훔쳐간 거지만, 부모님 그리고 자식의 상처는 그 이상으로 남을 것이다.


당신이 잡히면 좋겠지만,

설령 구멍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천벌 받으며 불행한 일만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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