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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May 04. 2023

여러번의 헤어짐

엄마와의 이별준비


2023.03.13 am 06:00


지난 수요일에 엄마 면회 갔을때 나던 냄새가 마음에 걸린다…

작년 9월 잠시 맡으면서 뭐지? 하고 넘겼던 냄새. 그리고 올해 초부터 엄마에게 조금씩 나던 냄새. 

중환자실 내려가기까지의 3시간 가량 진하게 풍기던 그 냄새. 

지난 주 수요일은 그 냄새가 너무 강해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지난 주 금요일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죽음이 드리운 것 같은 엄마의 얼굴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오늘 이제 곧 세시간 뒤면 엄마를 보러간다. 

잠이 안온다. 

어제 엄마 호흡이 안좋아 기도삽관을 통한 인공호흡기를 또 하고 있다고 했는데…너무나도 걱정이 된다

#3  pm 01:40

심혈관 검사를 마쳤는데 나쁜 곳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너무너무 다행이다. 

#2 pm 03:30


엄마는 오늘은 그래도 나와 눈을 잘 마주쳐준다. 

끄덕이기도 하고 절레절레 하기도 하며

의사소통을 나눈다.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필 오늘 임종하는 가족들이 많았어서 그런지 엄마의 멘탈이 많이 무너져서 그런 것 같다. 

엄마는 많이 힘겨워 보였다. 

우는 엄마는 걱정이 되서 우는 거란다. 

혹여나 당신이 삼도천을 건너실까, 내가 많이 슬퍼할까 걱정이 되나보다. 

엄마가 마음의 안정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심박수도 안정적으로 변하지…

엄마가 나아져야 한다. 

그래야 일반 병실에서 엄마를 내가 케어해줄 수 있다. 

제발 그런날이 빨리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환자실 앞

엄마의 검사에 대비해 이곳에 자리잡고 조용히 기다리는 내 옆에 한 무리의 가족들이 모여있었다. 

이내 중환자실의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온  누군가가 이름 석자를 크게 부르고 보호자를 찾자 

그 한무리의 가족들이 모두 움직였다. 

이내 그들은 중환자실 안으로 사라지고, 3-4분 남짓한 시간 뒤 나온 그들은 나이든 여성을 필두로 모두 울기 시작했다. 

죽음에 그 어떤 가치를 논하랴, 다만 그들은 여러명이고 나는 혼자라는게 그게 가장 큰 차이일 뿐. 

바로 이곳 이 자리에서 나 역시 대성통곡을 했다. 

홀로 우는 건 비참했으며 처량했으며 두려웠다. 

그들은 이내 장례니 안치실이니 몇몇 단어를 내뱉다 다시 조용해졌다. 

가장 나이 든 여성의 끝없는 울음이 이어지고 나는 이어폰을 꼈다. 

최대한 볼륨을 올렸다. 

그녀의 울음이 나까지 울게 할것만 같아서 너무나도 두려웠다. 

분명 며칠전, 기도삽관 제거 후 NIV 마스크를 거쳐 단순 콧줄의 도움을 받아 자가 호흡하던 엄마였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다시 기도삽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언제든 상태가 나빠질수있다더니 진짜였다. 

그런 엄마를 보고 내가 어떤 희망을 가지겠나. 

그저 우리엄마가 언젠가 떠나더라도 햇살 좋은 그런 날에

희미하게나마 웃으며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딸의 마음일 뿐. 

보내는 준비는 어렵다. 

엄마가 고통받을 걸 생각하면 당장 그만하고 싶고 같이 함께하고픈 욕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엄마는 더 많은 검사와 기도삽관이나 절개 같은 것도 하게 되는것이다. 

다만 의사의 판단하에 소생 가능성 있는 예후가 좋을때야 당연히 해야겠으나 우리엄마는 썩 예후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커져가는 음악 속으로 흐느낌이 섞여들었다. 

나는 그 흐느낌에 내 마음도 실어 보내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나는 언제가 되었든 언젠가는 엄마를 잃을 테니. 

그렇게 오늘도. 

엄마의 하나뿐인 딸인 나는 엄마를 보낼 준비 중이다. 


희야, 급하게 보내면 인사 조차도 할수없어. 
만날때마다 그렇게 헤어질 준비를 하는거란다...

이씨 집안 유일한 의사선생님이자 나이차이 많이나는 사촌오빠는 인공호흡을 다시 시작했다하니

긴 한숨끝에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오빠의 조언에 내 눈물은 댐 무너진 것 처럼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기적처럼 엄마가 좋아지면 좋은 것이라는 오빠의 말투에서 나는 0.1%의 기적만을 보았다.



우리가 헤어지기까지 많은 날이 필요하기를, 

맑은 밤, 창원 밤 하늘 속 별보다 더 많은 만남이 필요하기를,

우리가 헤어진다면, 주님 

부디 가여운 우리 엄마, 겁 많은 우리 엄마의 손을 잡고 그간 고생 많았다 내 딸아 하시며 

등 한번 쓰다듬어주시기를,

부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마중 나와있어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엄마 눈에 어린 희야는

금새 잊어버리기를, 

부디 우리엄마가 소풍가는 날 만큼은 따뜻한 봄바람에 꽃 내음 섞여 아름다운 날이기를, 

주님.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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