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너의 마음을 알고 있다
(지상 최고의 게임, 2005)
어느덧 골프에 입문한 지도 8개월이 다 돼 간다. 본업 이외의 활동을 이렇게 오랫동안 끊김 없이 지속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골프는 하면 할수록 누가 이런 스포츠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어렵다. 방금 전에는 나도 모르게 '굿 샷'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멋진 샷을 날렸다가도 십 초도 안되어 날린 두 번째 샷은 땅을 기어가는 '지렁이 샷'이 되고 만다.
스크린 골프장의 드라이빙 레인지(샷 연습장)에서 아이언과 드라이버만 줄곧 치다가 가끔 스크린 골프 게임을 하곤 한다. 실제 존재하는 골프장을 스크린으로 옮겨 필드에서 치는 것처럼 18홀을 돌 수 있다.
화면만 바뀌었다 뿐이지, 내가 공을 치는 매트와 환경은 연습 때와 동일하다.
오늘은 지난번에 너무 몸을 안 풀고 성급하게 쳤던 기억이 나서, 7번, 6번 아이언과 드라이버를 충분히 연습하고 실전에 돌입했다. 오늘은 연습샷이 그럭저럭 맞아줘서 좋은 예감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망할 기적이...
여유 있게 몸풀기 연습샷을 날리며 굿샷을 날리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홀컵까지의 거리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셋업을 하고 어드레스와 백스윙을 할 것이며, 다운스윙과 릴리즈는 어찌할지는 까맣게 잊고, 그저 공을 멀리 정확히 날려서 나도 파(Par)나 보기(Bogey)를 하고 싶다는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그 결과 방금 전까지 연습샷 때 되뇌었던 스윙 시 주의사항은 싹 잊고 마치 골프 시작 한 달도 안 된 사람 마냥 완전히 무너진 폼으로 골프채를 휘둘러 대고 있었다.
예민하기로 치면, 우주 최강인 골프가 그런 막무가내, 대충 휘두르는 스윙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비거리도 방향도, 그 어느 것 하나 연습처럼 이뤄진 게 없었다.
결국 잘 치고 싶다는 욕심만 앞서서 평소보다 더 잘하는 건 고사하고, 평소만도 못한 샷을 날리고 말았다.
은연중에 나도 잘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내 맘속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혹은 그간의 꾸준한 연습에 대한 인내가 그만큼의 보상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그래서 과정이야 어떻든 비거리나 스코어를 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 지인이 나의 성격을 스스로 자신을 들들 볶는 스타일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나의 성격이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게 해주기도 했기에 스스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성정이 주는 피곤함 또한 지난 경험으로 뚜렷이 알고 있다.
이젠 조금만 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그 정도도 괜찮아라는 위로 샷을 날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