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배터리가 있나요?

Just Write it

by Phd choi 최우수

회사와 집 모두 무선 키보드를 사용한다. 이 키보드는 사이즈와 키감도 맘에 들지만, 특히 블루투스 방식으로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 없다. 가장 맘에 드는 건, 세 가지 기계를 연결해서 위에 노란 버튼을 누르면 세 가지 기계를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노트북으로 일을 보다가 스마트폰에 카톡이 오면 카톡으로 옮겨서 스마트폰에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키보드엔 AAA 사이즈(새끼손톱처럼 얇은) 배터리 2개가 들어가는데, 두 달에 한번 정도는 갈아줘야 한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보니 노트북을 켜도 키보드에 알람 등이 들어오질 않는다. 전원을 껐다 켜도 영 반응이 없다. 직감상 배터리를 갈 때가 된 것 같았다. 항상 이럴 때를 대비해서 책상 서랍에 준비해둔 배터리 2개를 꺼내서 바꿔줬더니, 키보드가 전원 알람 등을 밝게 깜박이며 '안녕, 즐거운 하루 되셔'하고 인사하는 것 같다.

배터리를 바꿔주니 노트북에 연결도 잘되는 거 같고, 지금 입력하고 있는 글자도 더욱 잘 먹는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새 기계를 언 박싱 한 기분이다.



'안녕, 즐거운 하루 되셔'


지난 주말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피곤에 절어서 잠을 많이 잔 것 같다. 아쉽게도 잠들고 깨어날 때까지 기절 모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소 다른 월요일보단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은 느낌이다. 마치 키보드에 새로운 배터리를 넣은 것처럼.

키보드는 새 배터리를 갈면서부터 줄곧 배터리 용량이 하향곡선을 그렸을 거고, 오늘 아침엔 드디어 새 배터리로 교체되어, 마치 새 키보드 마냥 지금도 생생하게 내 손가락을 통해 전해진 나의 생각들을 열심히 옮겨주고 있다.


어느 책에선가 늙는다는 건 '풀리지 않는 피로'같은 것이라 비유했었다.

그만큼 늙을수록 '회복력'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모든 노화 현상이 그렇듯, 회복력이 그만큼 중요한 것 아닐까 짐작해 본다.



개미와 배터리

나의 삶에도 키보드의 배터리처럼 갈아 끼워주면 또 당분간은 생생 해지는 배터리를 준비해야겠다.

또한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되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릴 망정, 새로운 힘과 마치 새것과 같은 활력을 소환할 수 있는 의지와 회복 시스템도 준비해야겠다.

그래서 점점 하향화되는 내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배터리를 미리미리 준비해서 늘어만가는 생물학적 그리고 사회적 노화(퇴직, 사회활동 축소 등)에 대비해야겠다. 더군다나 그 배터리도 용량이 점점 줄어들테니 개미와 베짱이 우화의 여름날 개미마냥 열심히 많이 모아둬야 겠다.


현재 나의 제일 유력한 배터리 후보 중 하나는 '글쓰기'이고


Just Writ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