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귀신같아야 하는 게 맞다

일거양실(一擧兩失)의 뒤끝

by Phd choi 최우수

십 년도 더 된, 전 직장 초임 과장 시절에 책 한권을 읽었는데, 제목이 '상사가 귀신같아야 부하가 움직인다.'였다. 제목에서 느껴지지만, 저자는 일본인이었고, 일본 책 다운 깨알 같은 팁과 기발함이 엿보이는 책이었다. 읽은 지 너무 오래돼서 자세한 책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책에 대한 기억은 상사가 업무나 부하에 대해서 잘 알고 리더의 업무 지식과 역량이 구성원들보다 월등히 유능해야 한다. 그래서 업무의 주도권과 동력을 리더가 잡아야한다 였다.



귀신이냐 사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임원이 되고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공식, 비공식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단순 고과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일 년이 지나면서 회사의 업, 내 직책에 대한 기대, 주변 사람들 특히 부하 직원들의 성향, 태도, 역량 수준을 파악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自評(자평)의 결과로 잘한 것과 못한 것이 구분되었다.


그중 잘 안된 부분들의 공통점은 내가 잘 챙기지 않고 믿고 맡기거나 소홀히 했던 부분에서 발생했다. 위임받은 직원들이 '내 상사가 나를 믿고 맡겼으니 직접 챙기는 것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살피고 챙기지 않으니 대충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바꿨다. 그간 받아보지 않았던 자료도 받아보고, '회의에 회의적인 입장'이므로 가급적이면 정기적인 회의보다는 일대일 혹은 팀장들을 통해서 챙기려고 했던 업무들을 정기적인 회의체를 만들어서 운영하기로 했다.


일거 양실(一擧兩失)


이런 결과가 나온 일 년간 적용했던 내 리더십의 의도와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처음 해보는 임원 자리에서 그간 듣고 배운 것을 적용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솔직히 직원들이-내가 그 입장일 때를 포함하여-싫어하는 것들을 회피했던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부임 초기에 낯섦과 무지에 따른 자신 없음이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해보게 된다.


물론 기대처럼 팀장과 구성원들이 잘 따라줬다면 나중에 출간할 내 책의 한 단락을 장식할만한 성공 사례로 등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더불어 난 직원들이 싫어하는 걸 회피했다고 했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도 별로 높지 않았으니, 일거 양실(一擧兩失)이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 20여 년을 포함하여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온 현재와 같은 조직 구조에서는 '상사가 귀신같이' 구성원들의 업무 내용을 파악하고 '귀신같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체크하며 관리하는 것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현실타협적인 생각이 든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하던 방식이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고.



날은 저무는데 갈길은 멀다


아쉬운 점은 기존의 방식은 대부분 조직과 상사 중심이다.

내가 20여 년간 조직 내 실무자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와 아쉬움을 이젠 내가 그 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대로 답습하려 하니 일말의 아쉬움과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우리 기업과 조직에 대한 소명의식까지는 아니여도 왠지 뭔가 기존의 것들에 의지하여 연명하는 자존감의 상실감이라고 할까.

지난 일 년여간 새로 시도해본 것 중 소소하게 실험이 성공한 적도 있다.

한 직원은 나의 제안에 처음엔 반발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메신저로 '본부장님 말씀이 맞네요.'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을 땐 보람과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임시직원의 줄임말이 '임원'이라는 자조섞인 말처럼 커리어의 중반을 넘어선 그래서 길지 않고 유한한 임원의 임기 중에서 과연 그런 새로운 시도를 주력으로 유지하는 것이 나의 생계 유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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