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마음가짐

by Phd choi 최우수

회사에서 '노사(勞使)'라는 말을 하곤 한다. 여기서 노사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회사 생활을 20년 넘게 하면서도 사용자라는 말은 참 자연스럽게 다가오진 않는다. 어딘지 어색한 번역체 같기도 하고 약간의 의도를 가지고 편견을 담은 표현 같기도 하다.

어쨌든 사용자라 함은 노동력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불하는 회사를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회사는 무생물체이니 결국 노동자인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용자는 상사로 볼 수 있겠다.


이 글의 대상인 사용자로서의 '상사'를 보며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상사들- 가령 '마 부장'- 을 떠올렸다면 일단 머릿속에서 지우길 바란다. 내가 웹툰 '미생'을 볼 때인 2012~13년 경에도 (드라마는 2014년) 웹툰을 보면서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으니, 십 년이 지난 지금의 조직 풍경과 웹툰과 드라마 속 조직은 세월만큼이나 그 차이가 크다. 여기서 논하는 사용자는 2022년 현재의 사용자 기준이다.



사용자(상사)가 일을 시키며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첫째, 담당자가 작성해온 결과물(보고서, 기획안 등)이 내 맘에 안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상사가 직접 해도 처음에 생각했던 결과물이 나중엔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말한 내용의 50%만 전달된다는 커뮤니케이션의 결함을 딛고 전달된 업무 지시에 담당자만의 체취가 더해지면서 나온 결과물이 내가 지시한 결과물이라고 인식할 수만 있어도 대단한 것이다. 이건 어찌 보면 자급자족의 시대를 거쳐 분업의 시대가 초래한 부작용과 같다. 직접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시간을 벌었으니, 그 대가로서 적당히 결과물의 품질은 타협해야 한다. 반찬투정하는 아들의 등짝을 스매싱하며 엄마들이 하는 말-직접 해먹어-이 곧 정답이다.


둘째, 담당자는 상사의 '전용' 담당자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서비스나 물건들에 비용을 지불할 때, '전용~'이 붙으면 비용이 높아진다. 이는 전용이 주는 특혜와 편리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은 내 앞에서 내 지시를 들을 때는 상사의 '전용' 담당자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그 앞에서만 벌어지는 착시일 뿐이다. 지시를 받고 돌아간 담당자의 자리엔 똑같이 전용이길 바라는 희망이 듬뿍 담긴 업무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미세한 우선순위 조정은 있겠지만, 담당자 앞에 쌓인 업무는 선입선출(先入先出) 되기 마련이다.


셋째, 지시받아 수행한 업무는 담당자 입장에선 업무이자 학습 기회다.

업무 중에는 이미 반복 숙달되어 거의 정답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담당자 입장에서도 반쯤 '학습과 경험'의 기회일 경우가 많다. 요즘 MZ세대의 잦은 이직을 설명하면서 보상(돈)은 당연한 것이고 자신의 커리어와 성장 그리고 보람 등과 같은 무형의 보상 가치가 강조되곤 한다.

조직관리, 인력관리한다고 부러 퇴근 시간 이후에 회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업무 시간 중에 일을 하면서 성장과 학습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다.


이를 위해서, 상사는 자신의 정답을 가지고 담당자가 가져온 결과물의 오답을 찾아서 심판하기보다는 미로 속에서 길을 같이 찾아가는 동료이자 파트너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이라면 담당자의 보고 메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지루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담당자의 마음가짐만큼 사용자(상사)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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