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만들어 준 '나의 일'

by Phd choi 최우수

영화 '인타임(2011)' 스틸컷


세상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 중 하나가 시간이다.


시간이 느껴질 때


예전 SF영화(인타임,2011) 에서는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고, 각자가 소유한 시간이 은행 잔고처럼 개인의 팔뚝에 표시되고, 그 시간이 다하면 죽는 설정으로 매우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미래는 오지 않았고, 시간을 어찌 보내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느냐는 천차만별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시간이 흐르면 세상만사는 변한다.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그런 변화 중 노화, 나이 듦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옛날 사진이 내 중심으로 느껴지는 변화라면, 내 주변의 변화로 인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가 예전에 젊은 모습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유명 인사나 TV 속 인물이 오랜만에 나이 든 모습으로 자신의 근황을 전하거나, 혹은 그들의 부고를 접할 때다.

또 하나는 지금보다 젊을 때, 나이 든 사람들의 일상 혹은 애로로 전해지던 얘기가 나의 얘기가 될 때이다.



準세금을 두들겨 맞다


최근에 내게 벌어진 일은 세금(준세금) 관련된 일이었다. 살다 보니 아주 특출 난 재테크를 하진 않아도 회사에서 주는 월급 외에 소득이라는 게 생겼다. 그 소득에 대해서 내 50 평생에서 가장 큰 금액의 준조세를 그야말로 두들겨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 기준으로는 사고 맞다.)


갑자기 어느 신문 기사에서 은퇴자들이 실소득은 거의 없으나, 세금과 준조세를 납부하느라 빚을 낸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본 기억이 났다. 그때는 그저 딱하고 불합리하다고만 생각하고 끝내 남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덮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은 아니지만 유사한 상황을 겪어보니 과중한 납세자의 의무뿐만 아니라 어느새 나도 남의 일,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던 일의 주인공이 되어간다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다.



드러나는 미래의 실체


은퇴, 노후, 인생 2막이니 하는 말들을 들으며 '아직 시간이 남았겠지.'라는 막연한 추측과 기대로 불안감을 떨쳐내곤 했었는데, 이젠 슬슬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괴물처럼 하나둘 내 앞에 미래의 부담들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나름대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인식하고 준비한다고 했지만, 역시나 준비는 준비 일 뿐,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거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아직은 안락함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인생의 어느 지점쯤 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결국 어릴 땐 가진 게 없고 불완전해서, 좀 더 나이 들어선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처럼 인생은 결국 매 고비마다 고민과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두들겨 맞는 세금처럼 아무리 대비해도 대비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고.


내 앞에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침묵과 무표정엔 다양한 사연과 감정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뒤늦은 인식과 함께 편안함 보단 불안함이 여전히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