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人間美)는 어디에 쓰는가?

23년만의 깨달음

by Phd choi 최우수

예전 대기업을 다닐 때, 신입사원 교육 내용 중 인간미를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어렵게 입사한, 요즘의 신입사원과는 다른 가치관과 직업관을 가진 그야말로 회사가 날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의 심정을 가진 신입사원으로서 그저 받아들이기 바빴지만, 뼛속 깊이 공감하고 감화되진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개인적으로 세금관련된 업무를 세무사 사무소에 맡기면서 인간미라는 것을 23년 전에 대기업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왜 주입했는지 알게 됐다.


23년 만에 깨달았으니, 깨달음의 대상이 심오하고 어려운 걸까? 아님 내가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걸까?

인간미 안에는 많은 덕목들이 함축되어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공감 능력이나 측은지심(惻慇之心)이다.

즉, 타인의 아픔과 슬픔 힘든 처지를 이해하고 이를 불쌍히 여기고 더 나아가 도우려는 마음 정도가 될 것 같다.


재미없는 세금관련된 얘기는 건너뛰고-결말이 별로 즐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간절하게 요청하고 확인해 달라는 말들은 그저 허공에 흩어졌을 뿐이고, 담당자의 설명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거두절미한 내용으로 몰라서 질문한 사람의 처지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그들의 기준에 익숙하여 배경과 내용을 다 안다는 전제로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얘기들 뿐이었다.


더욱 난처한 것은 그러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배경과 관련 지식들은 묻기 전에는 절대 얘기해주지 않았으며, 불수능 수학문제를 푸는 기분으로 그들의 말들을 해석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 나의 간절하고 긴급했던 부탁 말씀은 어느새 허공에 흩어졌고, 고매한 세무사님과의 전화통화는 어느새 희귀템이 되어버려 나의 간절함만 찌꺼기처럼 남았다.


엄청난 첨단의 기술이라도 결국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듯이 우리가 조직에서 수행하는 많은 업무들의 끝단에는 결국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나 서비스만이 기업의 가치로서 살아남아서 기업에게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업무에서 사람을 향한 인간미, 측은지심은 단순히 여유로운 대기업의 고급 취미가 아니고, 정말로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중요 덕목이었고, 이를 갖춰야 만이 자신의 업무를 사랑하고 자발적으로 몰입할 수 있으며, 그 업무가 나와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할 것이다.


23년 만에 그 겨울 대기업 연수원 강의장의 '인간미' 타령이 왜 중요했는지 깨달은 날이다.

그걸 23년 만에 깨달은 건 또 하나의 내 인생의 미스테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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