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시인이 되는 이유
올해로 직장생활 24년 차다.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이다.
유년기 등을 빼고 나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 했고 혹은 가장 익숙하고 잘하는 일이 조직 생활(회사 다니기)이라고 해도 시간의 양으로만 보면 과언이 아니다.
직장 생활 년수 중 한두 해를 뺀 숫자만큼 고과를 받았을 텐데, 단 한 번도 최고 고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
특히 상사 입장에선 편안한, 심복 같은 부하 직원은 절대 아니었다.
최근 지인과 지인을 통해서 들은 주변의 나에 대한 평들 중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까칠하다' 였다.
그나마도 최근 몇 년 새 나아진 게 이 정도다.
대부분의 자기 평가와 피드백에 대한 반응이 그렇듯, '까칠하다'처럼 부정적인 말을 듣는 사람치고 그걸 쉽게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현실 부정으로 우기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그런 면을 스스로 몰라서기도 하다. 나도 그랬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불만 사항 중 하나는 '왜 상사들은 중요한 메시지 - 가령, 나의 단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것들- 을 전달할 때 은유적, 함축적으로 말하거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을까? 였다.
한번은 평가 관련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통보받은 후, 그간 왜 미리 말해주지 않얐냐고 따지듯이 물었었다.
상사의 대답은 나를 더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미 말했단다. 뭘 더 이상 얘기하냐고 반문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도 상사가 되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은유적인 표현을 즐기는 시인이 되고 있다, 리더가 되면 시인이 되는 건가?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해서(성향, 말투, 표정 등), 그리고 외부 사람들의 평가를 잘 모른다.
마치 잘못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에게 코치가 자세를 바로 하라고 해도 그게 나의 얘긴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할까?
혹시라도 리더의 말이 나에 대한 얘기라 운 좋게 인지했다 해도, 자신의 성향과 행동을 수정하는데 리더가 원하는 만큼 수정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리더의 기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모르므로.
즉, 피드백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행위라는 의미리라.
나도 피드백을 받으면서 고맙다는 생각을 피드백을 받는 순간 느껴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고,
(물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는 그런 적 있다.)
피드백을 하면서 받는 사람의 표정이 진심 어린 감사 혹은 밝은 표정인 걸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피드백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단계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작용이다.
그러므로 수용성과 인지의 정도가 높기 어려울 테고 그러니 피드백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서로에게 부담스런지만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런 경우에 리더도 사람이기에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인식 해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이 바램이 조금 심해지면 '좋은 상사 신드롬'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혹여 피드백으로 상대방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구성원과 조직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리더이자 동료, 사람으로서 매우 고심하고 힘들게 결정 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피드백의 대상이 상대방의 행위, 판단 그리고 성과이지 그 사람이 아님을 꼭 기억해야 하고, 상대방도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AS도 잊지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