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맞으러 간다

2023년 2월의 마지막날

by Phd choi 최우수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빠삐용(Papillon)>,1973년)


내일이 3월이다.

시간의 기준으로는 양력이 있고, 음력이 있다. 하나 더 개인적으로 추가하자면 학교력(學校歷)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새 학기를 9월에 시작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3월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왠지 1, 2월은 경기 전 워밍업 같은 느낌이 들고 3월이 뭔가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대학 졸업한 지 어언 20여 년이 흘렀는데도 학생 시절의 기억과 흔적은 여전히 깊고 진하다.


우리 집의 유일한 학생도 새로운 반배정을 받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생기고 또한 어제까지 옆반 친구가 내 반 친구가 되는 새로움을 만나며 설레고 실망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두 달간의 긴 겨울방학 동안 학원과 집을 오가며 학기 중보다 더 단조로운 생활을 하던 아이에게, 스마트폰의 업데이트를 통해서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생긴 것처럼 생기가 돌고, 뭐든 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느껴진다.

주변과 본인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자기 최면일지도...


항온, 항습은 외부의 기온이나 습도 변화에 아랑곳없이 항상 설정해 놓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이 딱 그렇다.

물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약간의 복장 변화가 있긴 하지만, 결국 사무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 등 일 년 내내 비슷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출근길은 어떤가?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면, 제일 먼저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시간, 노력, 돈 측면에서) 동선을 짜고 예행연습까지 해보는 것이 출퇴근 길이다.

그렇게 한번 설정되고 익숙해지는 길은 좀처럼 바꾸지 않게 되고, 매일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같은 방법으로 오가게 된다. 심지어 듣는 음악도 개인 플레이리스트가 풍부하지 않으면 이삼일에 한 번씩은 같은 음악을 듣게 된다.


먹는 것은 어떤가?

나 같은 경우는 매일 아침 커피 우유 하나를 일 년 중 300일은 먹는 것 같다.

이것도 역시 맛도 맛이지만 익숙함과 편리함의 영향이 더 크다. 뭘 먹을지 매일 아침 고민하고 스스로 준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렇게 나의 일상생활은 비슷하다.

오히려 효율, 익숙한 등을 핑계로 변화와 차이를 거부하고 제거하고 있다.


이러니 자연이 인간의 무료한 삶에 변화를 위해 배려한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고 지나간다.

창고의 물건들은 항온, 항습이 물건의 쓰임새와 상품성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그렇지 않다.


그것은 무생물적인 존재나 단순한 사고만 하는 동물과 다른 인간의 존재이유와 특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인간의 용도와 쓰임새 혹은 사용법에 反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쓰임새에 맞게 매일 아침 출근경로와 방법을 달리 할 수 있을까?

매일같이 다른 사무실로 출근할 수는 없는 법


남은 것은 내 자유의지가 있는 마음과 내 사유, 정신세계 뿐이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그린 영화 속에서 자주 그려지는 그런 나만의 자유 말이다.


머릿속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나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슨 생각이든 할 수 있다.

올봄 달력과 출근길, 사무실은 바꿀 수 없지만

나만의 봄맞이 산책을 기필코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Always,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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