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대상이 필요해
Jtbc, TV조선, 채널A 등등 약 10여 개 채널의 종편이 2010년 12월에 개국했다.
방송을 송출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종편에도 나름 히트 프로그램이 생겼다.
그중 나도 챙겨보는 몇몇 프로그램으로 한때 TV조선을 먹여 살렸다는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있고 채널A의 '도시어부'가 있다.
언제부턴가 거실에 있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30평대 3 베이 표준적인 아파트의 거실 소파에서 반대편 벽면 50인치대 tv가 소파에서 꽤 멀어 보이기도 했고, 점점 아이의 학습권과 와이프의 채널 선택권에 밀려 거의 보지 않게 됐다.
그래서 주로 내 방에 있을 때, 10인치 아이패드에 tv앱을 켜놓고 다른 볼일을 본다.
다른 볼일을 본다 함은 tv를 켜놓긴 했으나 거의 화이트 노이즈 수준의 역할만 한다는 의미다.
화이트 노이즈로 자주 켜놓는 프로그램이 '도시어부'다.
도시어부하면 떠오르는 건 새로운 방송 콘셉트를 종종 창조하는 이경규다.
누워서 방송하는 '눕방', 애견과 함께한 '견방'에 이어 자신의 최애 취미인 낚시를 소재로 '낚방'을 개척했다.
도시어부는 대사나 연출이 불가능하다.
물고기들이 연출이 안될테니
가끔은 한 시간여 방송 시간동안 대여섯 명의 출연자들이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방송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그렇게 보장되지 않은 재미에도 불구하고 자주 켜놓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낚시에 대한 몰입과 애정, 쾌감이 올곧이 전이되기 때문인 듯하다.
한편으로는 아직 취미로서의 몰입 대상을 완전히 세팅하지 못한 내게 주는 대리 만족도 있다.
가끔은 노골적이고 날 것의 반응들이 이 프로그램의 비시청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가령, 물고기가 미끼를 물어서 끌어올리다가 탈출할 때 혹은 프로그램상 많이 잡기 경쟁에서 져서 소리치고 짜증 내는 장면처럼)
그 날것의 반응조차 왠지 그럴 대상이 있다는 것, 그 순간 몰입하고 있다는 것에서 부럽다.
새로운 혼자만의 취미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취미를 가져보려고 한다.
어떤 금요일 밤에는 내일 아침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다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조직에서나 혹은 살면서 이것저것 재고 확인하는 것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스스로 만든 주말 취미조차도 일상의 굴레에서 여전히 자유롭지가 않으니 이 질긴 악연을 언제 끊을 것인지.
아직도 난 주말에 훌쩍 어딘가 떠나는데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다.
거리가 어떻고, 날씨가 어떻고, 다녀오면 피곤하지 않을까? 심지어는 거기 가서 뭐 하나? 하는 자기부정적인 질문까지....
(최근에 다녀온 곳이다)
진정한 몰입과 중독은 나중에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으며 후회할 망정 일단 실행하고 저질러야 하리라.
실제로 많은 번민과 사전검증 관문을 통과하여 다녀온 그 어딘가는 언제나 만족감을 줬다.
나도 도시어부 출연자들처럼 몰입하고 중독될 그래서 안 하면 몸살이 날 무언가를 얼른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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