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경험 재활용 사례
2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직을 세 번 했다.
요즘 채용을 위해 검토하는 이력서를 보면 이직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처럼 느껴진다.
내 이력서상의 16년 7개월 한 직장 근무는 이젠 더 이상 미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거나, 고인 물들의 과거 향수로만 치부된다.
물론 습관적 이직을 거르기 위해서 아예 채용공고 단계에서부터 지원자의 이직 횟수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많지 않은 이직 중 일 년 남짓 재직했던 회사가 있다.
업력도 오래됐고 업종은 極보수적인 업종이었다.
아무리 이직이 내 브런치 글(https://brunch.co.kr/@alwaystart/156) 처럼 정보가 제한되는 모험적인 요소가 많아서 적응력이 중요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나 같은 굴러온 돌이 극복하기가 매우 극악한 환경이었다.
가령 10년 넘게 소녀가장처럼 최소의 인력으로 팀을 이끌던 팀장이 버젓이 있는데 - 팀장의 캐릭터 또한 매우 독선적이고 자존감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여성 - 그 위에 나를 뽑았다.
입사하고 나니 직속 임원은 나를 뽑은 이유도 활용 방법도 모르고 있고, 기존 팀장은 퇴직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나를 팀장이라 부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는 여전히 대외문서에는 자신을 팀장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입사한 지 3개월쯤에 이직을 결심했고, 그로부터 정확히 일 년 후에 이직했다.
이직을 결심한 일 년 동안 뼈를 묻을 각오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했다고는 못하겠다, 양심상.
하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인원에 온갖 허드렛일과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을 많이도 겪었다.
경험 중 하나가 노동부와 관련된 민원과 송사였다.
당시엔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이니, 주니어들처럼 뭐든 피가 되고 살이 되려니 하고 열심히 경험해 보자는 마인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담당자로 수행하면서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됐다.
인간의 기억이 원하는 것만 기억하진 않기에 역시 그때의 경험은 자의반 타의반 나의 경험과 노하우로 자리 잡았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매우 우울하고 즐겁지 않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여 여러 가지 좋은 조건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경험했던 일을 또다시 맞닥뜨리게 됐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의 기억과 경험을 되살려 현재 업무의 진행에 활용하면서 느낀 것은,
요즘 들어 자주 예전 부모, 선배, 선생님 등등 나보다 윗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으면 지금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윗사람들 중의 말 중 하나가, 뭐든 경험하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윗사람 조언 인정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그 때나 지금이나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서의 경험, 치가 떨리도록 힘들었던 그 경험으로 현재의 꽃을 피운다는 것을.
그리고 그 쓰레기장에서의 시간도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일부임을 인정한다.
그래도 쓰레기장은 쓰레기장이고,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도 재활용품 이상이 되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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