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출근

by Phd choi 최우수

오늘은 머릿속으로만 무수하게 시뮬레이션했던 분당선을 장장 45분타고 쭈우욱 선정릉역까지 가서 9호선 갈아타는 시도를 해봤다. 즉흥적이었다. 평소보다 약간 한산한 지하철 안에서 세정거장 만에 제일 좋은 끝자리에 자리가 났기에 '에라 모르겠다'하고 시도해봤다.

결론은 별로다였다.

시간도 너무 짜쳤고, 더 걸린 15분 이상의 지루함이 견디기 힘들었다. 물론 1700원, 정확히는 1360원은 세이브할 수 있다.


앉아서 가다가 엄혹했던 코로나 19 방역 시절인 2020년과 2021년이 생각나는 현상을 봤다.

내 옆옆자리에 승객 한명이 일분 정도 깊은 기침을- 재채기 아니고- 계속 하고 있었다. 마스크도 미착용이고 본인도 당황했는 지 옷소매로 가리고 했지만, 한번 터진 기침은 졸음만큼 참기 어렵다.

그순간 그 승객의 앞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모두 저 멀리로 슬금슬금 자리를 이동했다.

심지어는 빈 공간이라 서서 가려고 왔던 승객조차 기침하는 승객을 보고 자리를 피했다.

나도 슬쩍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썼다.

코로나19가 뉴스 메이커 이던 그 시절 마스크 품귀 현상을 뚫고 생일 끝자리 날에 맞춰 네이버 지도앱을 보고 재고가 있는 걸로 뜨는 약국으로 반쯤 뛰어서 가던 날들이 떠올랐다.

마스크없이 외출하는 건 마치 벌거벗고 밖을 나서는 것처럼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인원수 조차 나라에서 정해줬던 영화에서나 보던 시절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느새 슬쩍 통제는 사라졌고, 독감이 대유행이라는 요즘도 지하철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10%도 안돼 보이지만, 그래도 세찬 기침 앞에선 코로나19의 강한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겨울동안은 마스크를 꼭 챙기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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