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더 걸어야 하는 코스를 선택한 이유
3개월만에 처음으로 죽전역에 저녁 6시전에 내렸다.
직장 생활 하면서 일복(?)이 없어서 몇번의 이직을 하면서도 집도착 시간 기준으로 퇴근이 8시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글을 읽는 분들 너무 열받지 마시길, 일복이 없어서 회사 내에서 돈복이나 승진복도 없었으니까.)
그 덕분에 아직 지하철에는 퇴근길 인파가 밀려오기 바로 직전에 분당선을 탈 수 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삼성역에서 일을 보느라 평소와 다르게 선릉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죽전역까지 準여행을 했다. 지하철로만 42분 정도 타는 장거리다. 적당히 사람이 많은 것도 있고 겨울철 어깨 부딪힘이 꺼려져서 그냥 서서 왔다.
24개 VS 13개
죽전역에서 여의도까지 가는 두가지 옵션의 지하철 정차역 개수의 차이다, 총 소요 시간 차이는 12분 내외, 요금 차이는 1500원 정도다.
24개역 코스는 환승을 한번만 하지만, 코스가 꽤 돌아가는 코스다.
13개역 코스는 두번을 환승을 해야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선로가 있어서 최단 거리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지도상 단축되는 거리에 비해서 소요 시간 차가 얼마 안되는 것은 아무래도 갈아타는 시간 때문에 질러가는 코스의 이점이 상쇄되는 것 같다.
얼핏보면 돈도 아끼고 십여분 차이라면 감수하고 24개역 코스를 이용해도 될 것 같은데, 3개월 동안 13개역 비싼 코스를 이용해왔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하철 안의 시간은 시계속의 시간이 아닌, 문열리는 횟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24개역 코스는 타고 있는 내내 지하철 노선도만 보게 된다. 그만큼 지루하다.
또 한가지 이유는, 지하철이 역에 들어설 때마다 플랫폼에서 승차 대기하는 사람 수를 창문너머로 보면서 긴장하게 된다. 플랫폼에 승차 대기 사람들이 많으면 저절로 심호흡부터 하게된다.
문이 열리고 밀려들 사람들과 숨막히는 밀집에 대한 공포다.
심지어는 빨리 문이 닫혀서 한사람이라도 덜 타길 바라는 이기심이 폭발한다.
그래서 시간차도 크지 않으면서 환승도 한번 더해서 걸어야 하고 1500원이상 비싼 13개역 코스를 타고 다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