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점심 약속이 있어서 한시간 정도 늦게 집을 나섰다.
마침 죽전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들어오는 바람에 막차 수준으로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역을 지날 때마다 자리는 채워져갔고, 대여섯 정거장 지나면서는 부쩍 빈자리가 없어져가서 이젠 기차에 올라타서 잽싸게 스캔하지 않으면 빈자리를 놓칠 수도 있는 정도였다.
빈자리를 발견한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길바닥에떨어진 돈을 본 것처럼 눈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보니 재밌다.
원하는 것을 횡재했을 때의 표정은 다 비슷한 듯 하다
8호선 문정역을 가기 위해서 분당선 복정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는 경로다.
잘 가지 않은 낯선 역과 호선이다. 8호선에서 울리는 안내 차임벨은 일본 지하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만 없으면 일본 지하철 안이라고 착각할 정도, 문득 2년전 다녀온 일본 여행이 그립다.
그렇게 8호선으로 이동해서 11시 49분에 복정역에 전철을 기다리며 서있었다. 마침 라디오 앱에선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을 틀어준다.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왠 데자뷰!!
전철 플랫폼과 꽤 잘 어울리는 분위기와 선곡이다.
문득 이 시간에 문정역에 서있는 경험은 생전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이 시간엔 지난 26년간 사무실에 매어 있었을 시간이다.
경력을 전환하면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새로운 경험도 나쁘진 않다.
사람들은 살면서 새로운 경험을 그렇게도 갈구하고 새로움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던가
지금의 이 변화의 진통이 힘들긴 하지만 한편으론 내게 자유를 줄지도 모를이다.
그 자유는 트레이드오프긴하다.
완벽한 자유는 죽어서나 만날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