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프로도 실수해요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아직 첫 라운딩-머리 올린다는 표현을 싫어한다-도 못 나가고 여전히 지하 연습장 신세지만, 그래도 하루 일과 끝내고 퇴근길 100분 골프 연습이 그럭저럭 잘 맞는 날엔 그날 밤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골프에 집중하고 있다.
레슨은 초반 4개월, 12시간 정도 받았다. 그런데, 나를 지도해준 코치뿐만 아니라 골프 코치 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괜찮아요'다. 처음에는 약간 낯설기도 하고 가끔 맘이 안 좋을 땐, 볼이 지렁이처럼 기어가고 있는데 뭐가 괜찮다는 말인가? 하고 비뚤어진 맘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연습 시간이 쌓이면서 차츰 그 말이 꽤 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 중 하나는 공은 멀리 똑바로 안 나갔더라도 나름 스윙의 궤도나 자세 등이 잘 나왔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단 뜻이리라. 또 그 말 자체로 꽤 위안도 된다.
이렇게 하루의 마무리를 책임지고 일 년의 절반을 골프와 살아왔기에, 일과 후나 쉬는 날 자연스럽게 책상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화이트 노이즈 삼아 태블릿으로 골프 대회 중계를 틀어놓는다. 요즘 국내는 여자골프리그(KLPGA)가 인기다. 남자 경기에 비해 파워나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나 같은 관전하는 초보 입장에선 적당한 속도와 파워이고 여성 특유의 아기자기한 경기 진행도 더 재밌다.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 대부분이 그렇듯, 이 골프라는 종목도 어려서부터 시작하고 특히 다른 종목에 비해서 돈이 많이 든다. 또 프로로 전향하고 나서도 든든한 후원사를 가지고 맘 편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선수는 국내에 얼마 안된다. 프로로 전향해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을 수 있단다. 그러다 보니 상금이 걸린 프로경기가 대부분 그렇지만 매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한 타 한 타에 그야말로 희비쌍곡선이 그어진다. 그런데 중계를 보다 보면 의외로 프로도 나처럼 샷이 거리도 안 맞기도 하고 공이 좌우로 날아가는 훅이나 푸시 볼도 많이 나온다. 가끔은 불과 몇십 미터 볼을 못 보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연습장의 매트 위에서 치는 것과 비교해 울퉁불퉁한 지면, 길고 짧은 잔디, 들판의 종잡을 수 없는 바람 거기에 많은 갤러리(관중)까지 변수는 무궁무진하지만, 그래도 프로인데 라는 생각에 가끔은 의외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난 그런 실수샷을 보면서 오히려 위안을 삼으며 다시 연습장 매트 위에 설 수 있다.
난 골프로 생계와 미래를 책임져야 할 것도 아니고, 정말 하다 하다 안되면 큰 경제적 손실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간 사모은 장비는 당근 신세를 지고, 수많은 연습 시간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면 되니까.
예전 영화 대사 중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했던가?
나도 아주 드물게 달리기 경기에서 맨 앞에서 골인 지점을 통과했을 때의 그 짜릿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긴 하지만, 일등의 짜릿함 보다 더 많은 종류의 짜릿함도 여전히 매력적이기에.
그리고 내가 딛고 서있는 현실도 골프장 그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게 울퉁불퉁하고 험하니까,